유바리에는 암울한 분위기만 있을까? 희망의 싹을 다소 엉뚱한 곳에서 발견했다. 시청 바로 옆에 있는, 예전엔 시민회관이었지만 지금은 도쿄의 법무법인이 인수한 '아디레' 회관 4층에서 였다.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유바리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사무국이 자리한 곳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와다 나오야(澤田直矢·42)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는 주민들에게 희망이라는 또다른 이름"이라고 했다.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1990년 처음 열린 이후 각광을 받아온 유바리 영화제는 2006년 시가 재정파탄 상황에 직면하면서 2007년 문을 닫았다. 망한 지자체가 손을 뗀 영화제를 다시 살려낸 것은 시민들이었다. 당시의 절박한 상황에서 영화제는 '사치스런 축제'로 비춰질 수 있었지만 시민들은 사와다씨를 중심으로 비영리기구(NPO) 법인을 만들어 스스로의 힘으로 영화제를 계속하기로 했다. 기업, 언론을 찾아다니며 호소를 했다. 그렇게 해서 올해 2월 3회째 영화제를 재개했고 내년에는 2월 24일부터 28일까지 열 계획이다. 영화제 기간동안 자원봉사자만 해도 500명이 넘었다. 자원봉사자의 80% 이상이 유바리 시민들이었고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절망에 빠진 시민들에게 희망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영화제였어요. 유바리가 재기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지요."
관람객도 지난해 1만2천명이나 됐고 매년 조금씩 느는 추세다. 교통도 불편한 오지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시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시에서 지원할 때는 1억엔(13억7천만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했지만 지금은 그 절반인 5천만엔 수준이다. 스타 감독과 배우들이 초청비를 받지 않고 자신의 돈을 써가며 참가하는 것도 이 영화제만의 특징이다. 그렇더라도 영화제의 수준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게 그의 장담이다. 국내외에서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 여전히 좋은 작품이 출품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10개국에서 365편이 출품됐고 내년에는 작품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영화제를 무척 자랑스러워합니다. 여전히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영화제는 계속 발전시킬겁니다."
박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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