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수술이 외과에 본격 도입된 것은 불과 20년 전이다. 1990년 이전까지는 산부인과에서 불임시술을 위한 나팔관 결찰(묶음) 목적으로 사용됐다. 배꼽 부위에 한 개의 구멍을 뚫고, 작은 기구를 넣어 나팔관을 고무밴드로 묶었다.
그러다가 복강안의 다른 장기들을 들여다보면서 다른 수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처음 시도된 것이 충수 절제수술. 처음엔 복강경에 익숙한 독일의 산부인과 의사에 의해 시술됐다. 1990년을 전후해 외과 영역에 급속도로 퍼졌고, 복강경 담낭절제수술이 환자에게 가장 큰 혜택을 안겼다. 우측 갈비뼈 아래에 10~15㎝ 가량 절개한 뒤 3시간 안팎의 수술시간이 걸리던 것이 배꼽부위에 1㎝, 다른 곳에 5㎜ 길이의 2, 3개 구멍을 뚫고 1시간 만에 수술을 마칠 수 있게 됐다. 회복에 2~3주 걸리고 상처가 곪기라도하면 회복에 한달 이상 걸리던 것이 일주일 만에 직장 복귀가 가능해졌다. 전자 장비의 발달이 인간에게 엄청난 혜택을 직접 안긴 대표적인 예.
복강경 수술은 담낭절제수술, 충수절제수술(맹장염수술), 부신절제수술 등 작은 크기의 장기 적출에 이용되다가 대장암, 위암 나아가 간, 췌장절제수술로까지 확대하게 됐다. 대장-직장암, 조기위암의 대부분은 복강경 시술로 개복수술과 거의 같은 수준의 시술이 가능해졌다. 간암과 췌장암 수술은 아직 제한적으로 시술되지만 매년 장비의 보강과 기술 발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외과 영역에 최근 등장한 2가지 새로운 것이 로봇 수술과 단공식 수술이다. 로봇 수술은 복강 안에서 이뤄지는 시술은 거의 비슷한 복강경 기구들을 사용한다. 다만 복강 밖에서 쓰는 장비들은 외과의사의 원격조정에 의한 로봇 팔들이 외과의사의 손을 대신해 수술 조작이 이뤄진다. 담낭이나 부신, 비장, 위암 및 직장암 등 시술의 경우 기족의 복강경시술에 비해 로봇 수술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다. 기존의 복강경 시술로 접근이 힘든 전립선암 수술은 가장 큰 혜택을 본다. 미국에서는 로봇 수술로는 전립선암 수술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로봇 수술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빠른 속도로 확산일로에 있다.
새로운 장비나 시술의 공인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쉽게 허용되는 느슨한 법적제한이 로봇 수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고, 다른 각도에선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여기에 부수적인 것은 비용이다. 아직까진 로봇 장비사용에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그 비용을 환자가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 로봇 수술은 장시간 서서 시술하는 외과의사를 의자에 앉혀서 편안히 시술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시행하는 인형극 공연자와 같이 외과의사는 콘솔이라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시술을 한다. 매우 정교한 동작을 요하지만 육체적 피로는 훨씬 줄어든다. 그럼으로써 장시간 고도의 수술에 집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새로운 것은 단공식 복강경 수술이다. 이 시술은 초창기 나팔관 시술 때 한 개의 구멍을 통해 시술했듯이 여러 수술이 익숙해지면서 서너개 뚫어서 시술하던 복강경 수술을 배꼽 부위에 뚫은 구멍 하나를 약간 확장해 이 구멍으로 내시경과 몇 개의 수술기구들을 복강안으로 집어넣어 수술하는 것이다. 중앙에 내시경을 두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장기를 향한 기구는 배꼽 부위에서 교차해 배 안으로 들어가 조작해야 한다. 오른쪽의 시술은 왼손으로 하고 시술되는 부위의 왼쪽은 오른손으로 조작한다. 양손 조작이 익숙해야 이 시술이 성공할 수 있다. 복강경시술이 도입된 초기에 기존의 개복수술에 젖어 있던 외과의사들을 당황하게 했었다. 기존 복강경수술에 익숙하던 외과의사들에게는 로봇 수술과 단공식 복강경 수술이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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