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까지 우리나라 조기 유방암(0기 및 1기)의 비율이 32%였고 최근 들어 35~40%까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조기 유방암 비율이 58%에 이른다. 이들 환자의 병기별 5년 생존율을 보면, 0기 유방암의 생존율은 98~100%이고, 1기 95~98%, 2기 91%를 보인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하면 환자 10명 중 9명이 완치 가능하다는 뜻이다.
경북대병원 유방갑상선외과 박호용 교수는 "평생 유방암 치료에 헌신한 이탈리아의 베로네시(Veronesi) 교수가 남긴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는 '조기 유방암은 암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과하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만성병으로 오랜 관리가 필요한 병일 뿐이다. 유방암은 이제 킬러(killer)가 아니라 만성병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듯이 유방암에 대한 접근 자세를 바꿀 때가 됐다"고 했다.
이처럼 장기 생존이 가능한 환자들도 예전처럼 유방 완전 절제수술을 받게 되면 유방이 없다는 영구 후유증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초기에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유방 보존 수술 및 유방 절제 시에 재건을 동시에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초기에 진단된 유방암 환자가 오래 생존을 하는 경우, 다른 성인병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보다 위험이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삶의 질에서 차이가 난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25~30%가 일년 내에 우울증, 불안증 등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 수술로 인해 유방이 없다는 것과 여성미의 상실에 대한 우울증, 항암치료 후의 탈모, 방사선치료 후의 유방 피부 변화, 재발의 두려움 등으로 우울증을 경험한다는 것. 특히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유방을 잘라내야 한다는 점.
유방 보존 수술이 국내는 50~60%에 그치는 데 비해 미국은 70%, 유럽(특히 이탈리아)은 90%에 이른다. 이는 수술 의사의 능력 차이가 아니라 아시아 여성의 유방 크기 및 유방에 대한 생각의 차이 때문에 비롯된 것. 미국 및 유럽 여성의 경우, 유방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다 보니 20~25%의 조직을 제거해도 남겨진 조직만으로 충분히 유방을 만들 수 있는 데 비해 아시아 여성의 경우, 유방암과 주위 유방 조직을 많이 제거하게 되면 유방의 모양이 좋지 않기 때문에 주로 유방 절제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유방 재건 및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형적 유방암 수술을 통해 유방을 예쁘게 보존하거나 ▷피부에 상처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내시경 유방수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나아가 유방암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비수술적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레이저시술, 고주파 열치료(RFA), 냉동치료(Cryosurgery) 등이 있다.
경북대병원 유방갑상선외과 박호용 교수는 "이제는 유방암에 대한 새로운 항암치료, 표적치료 등은 세계 어느 나라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유럽과 미국의 유방 보존수술에 비해 보존율이 낮지만 적은 유방을 가지고도 충분히 암을 치료하고 유방을 보존해서 여성미의 상실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없이 유방암을 치료하는 시기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경북대병원 유방갑상선외과 박호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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