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80년대부터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를 통해 마을을 변화시키자는 운동이 일었다. 시골 마을에서부터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문화, 경관, 환경 등 전통과 개성을 살리면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는 지역 공동체 운동인 것이다. 이를테면 작은 마을공원에서 주민들의 일상생활까지 유무형의 가치를 창조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생활실천운동이라 할 수 있다.
야마가타현 가네야마마치(金山町)는 마치즈쿠리의 모범적인 사례다. 마을 면적의 65%가 삼림 지역인 가네야마마치는 인구가 7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다. 생계를 책임지던 임업이 쇠퇴하자 주민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목재 가공회사를 설립해 전국적으로 가네야마 삼나무 보급에 나서는 등 발벗고 나섰다. 또 '마치나미 경관 만들기 100년 운동'과 같은 시책을 통해 아름다운 마을,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마을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관광 자원이 빈약한 이 마을에 방문객들이 크게 늘었다.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이 보장되는 마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어릴 때 "대구 사소~"라는 어른들의 말을 종종 들었다. 명태'대구 사라는 말이 아니라 대구가 살기 좋으니 살아보라는 뜻이다. 덥고 추운 것 빼고는 천재지변이 많지 않아 살기 좋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구가 경제적 측면이나 볼거리'먹을거리, 쾌적한 정주 여건 등 생활 문화면에서 내세울 게 없다는 점에서 요즘은 후한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그저 밋밋한 도시로 전락한 것이다. "대구 사소~"라는 말을 좀체 들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모든 부분에서 대구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대구시가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공디자인을 공공공간'공공건축물'옥외광고물 등 5개 분야로 나눠 분야별로 7가지 디자인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세부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넘어 도시환경과 시민 쾌적성을 높이는 쪽으로 공공디자인을 구체화시킨다는 것이다. 대구식 도시 만들기의 첫 출발점이다.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주민생활과 겉도는 시책이 아니라 살기 좋은 대구 만들기, 시민의식과 안목을 높이는 마치즈쿠리의 새 방향타가 된다면 앞으로 대구 시민 누구나 "대구 사소~"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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