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태계 교란 생물 잡아오세요"…대구시 퇴치보상금 제도 인기

블루길·큰입배스·붉은귀거북…

주말이면 종종 낚싯대를 둘러매고 금호강변을 찾는 이모(67·대구시 동구) 씨는 요즘 취미도 즐기고 돈도 버는 재미에 푹 빠졌다.

'민물의 무법자'인 외래 어종 블루길이나 큰입배스를 잡아 구청에 가져가면 1㎏당 5천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이 씨는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주머니도 채우고 낚시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며 "토종 물고기들의 천적을 없애 자연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어 일석삼조인 셈"이라고 했다.

대구시가 5월부터 10월까지 시행하는 생태계 교란 외래 동식물 퇴치 보상금 지급 제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블루길과 큰입배스, 붉은귀거북 등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외래종 퇴치 보상금 지급액이 15일 현재 900여만원에 이르고, 사업 예산(1천300만원)이 조만간 바닥날 지경이다.

시에 따르면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토종 물고기와 치어의 씨를 말리는 대표적 외래어종. 1960, 70년대 정부가 내수면 어업자원 증대를 목적으로 번식력이 뛰어나고 덩치가 큰 이 어종들을 집중적으로 수입했다.

붉은귀거북은 1980년대 중반 애완용으로 국내에 수입됐지만 키우기가 어려워 버려지거나 방생 등의 행사에 사용되면서 널리 퍼져나갔다. 천적도 없는 이 종들은 급속히 확산되면서 토착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파괴하고 있다.

시는 외래종 퇴치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퇴치 보상금 제도를 도입했다.

시는 예산 1천300만원을 확보한 뒤 동구와 북구, 달서구와 달성군에 각각 300만원씩 배정하고 수성구에 100만원을 내려보냈다. 시행기간은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이지만 동구와 북구가 이미 예산을 거의 소진했을 정도로 시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각 구·군청의 보상금 지급 기준은 블루길과 큰입배스의 경우 ㎏당, 붉은귀거북은 마리당 5천원. 시는 15일 현재 블루길과 큰입배스가 1천200㎏ 잡혀 600만원, 붉은귀거북 42마리에 21만원을 지급했고, 달성·안심습지와 동화천, 금호강의 가시박 제거에 든 노임을 포함해 모두 900여만원을 보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의 추가 예산 확보 계획이 아직 없어 일회성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청 담당들은 "생태계가 한 번 훼손되면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외래종도 워낙 개체 수가 많기 때문에 외래 동식물 퇴치 보상금 지급제도 등 지속적으로 토종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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