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후가 심상치 않다. 올봄 한파와 가뭄이 동아시아와 미국을 덮치더니 여름에 접어들면서는 유럽과 북미 지역에 폭염 현상이 이어지는 등 변덕스런 날씨 탓에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불볕더위로 인한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 더구나 올해 상반기 지구 표면 평균온도가 관측 사상 최고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6월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올해 6월 지구촌 평균기온이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래 가장 더웠다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15일 밝혔다. 지난 6월 지구촌 육지와 해양 표면의 평균온도는 16.2℃로 이는 20세기 이후 나타난 평균 15.5도보다 0.68도가 더 높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GISS)가 14일 홈페이지(data.giss.nasa.gov)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의 기준 대비 편차(anomaly)는 +0.71도였다. 이는 기기 관측 자료가 남아 있는 1880년 이래 최근 131년 동안 가장 높은 값이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은 북극 바다 얼음이 녹는 속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립 눈·얼음자료센터(NSIDC)는 올해 6월 북극 얼음의 평균면적이 1천87만㎢로 위성관측 자료가 있는 1979년 이래로 연중 같은 기간 가운데 가장 작았다고 밝혔다.
특히 6월에만 하루에 8만8천㎢씩 녹아내렸는데 이는 경상남·북도 면적(약 3만2천256㎢)의 두 배가 넘고 오스트리아(8만2천444㎢)보다도 큰 면적의 얼음이 한달 만에 사라진 것이다.
◆엘니뇨에 라니냐까지
유럽과 북미 일부에서는 수은주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6일 미국 뉴욕 낮 최고 기온은 39.4도에 달하는 등 미국 북동부 낮 기온이 계속 38도를 넘어서면서 전력 소비가 급증, 정전 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독일 베를린도 10일 낮 기온이 38도까지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더웠고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더위로 노인 3명이 숨지기도 했다. 프랑스와 스페인도 불볕 더위에 허덕이긴 마찬가지고 러시아는 가뭄으로 신음 중이다.
페루와 미국 중부 및 동부, 아시아의 동부와 서부에서 고온 현상이 확인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 중국 남부, 미국의 북서부에서는 평균보다 낮은 온도가 관측됐다. 지구촌의 일반적인 온난화 현상과는 대조적으로 스페인에서는 지난 6월에 13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 봄 우리나라는 엘니뇨 현상의 변형인 엘니뇨 모도키에 시달렸다. 엘니뇨 모도키는 열대 중태평양에서 이상 고수온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우리나라 주변에 고온 다습한 기류가 밀려와 찬 공기와 만나면서 많은 눈과 비를 몰고 왔다. 4월말까지 이어진 한파로 지역 농가는 홍역을 톡톡히 치렀다. 엘니뇨의 여파로 가뭄이 닥친 미국도 오렌지, 토마토 농사에 타격을 입었다.
엘니뇨가 5월초 급속히 소멸하면서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엘니뇨의 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발생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엘니뇨와 라니냐 감시 구역 수온은 6월 중순 이후 평년 대비 -0.5도 이하인 저수온 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태. 4∼10일에는 평년 대비 편차가 -0.9도로 저수온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라니냐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구촌이 또다시 기상 이변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는 장마, 페루 등 남아메리카에는 가뭄, 북미 지역에는 강추위가 찾아올 수 있는 등 세계 각 지역에 각기 다른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
기상청에 따르면 라니냐 현상이 기상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라니냐가 발생한 1967년과 1973년 한반도는 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1~2.2도 낮았고 강수량 역시 40.3~65.7㎜가 적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바다 수온이 평균보다 0.9도 정도 떨어져 라니냐 현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워낙 변수가 큰 탓에 라니냐가 올 여름 한반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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