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수산업의 기둥이자 뿌리입니다."
경북지역에서 내로라하는 '해녀'들이 16일 한자리에 모였다. 수협중앙회가 이날 경주 현대호텔에서 수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경북지역 해녀들의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한마당 잔치를 벌였다. 이 행사에는 70세 이상 현역 해녀 등 150여 명이 참석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물질은 따로 배우는 게 없어. 그냥 11살 때 어머니를 따라 바닷가에 갔다가 그 길로 시작하게 됐지."
이날 최고령 해녀로 공로패를 받은 구룡포수협 소속 고해산(88·포항시 남구 장기면 영암1리) 씨는 평생을 바다에서 물질과 함께 살아왔다. 지금은 물질을 하지 않는다는 그는 일흔 살까지 60여 년 동안 해녀생활을 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26세 때 포항으로 시집온 뒤 '물질'을 통해 시부모를 모시고 생활비와 자식들 학비까지 댔다. 그는 한창때는 3분 정도는 잠수가 거뜬했으며 8, 9m 아래까지 내려갔다고 자랑했다.
그는 "요즘은 부력이 높은 고무옷 등 장비가 좋아 물질이 쉽지만 우리때는 그거 하나 입어 보는 게 소원이었다"며 "그래서 관절 등 온몸이 아프지 않은 데가 없어 일찍(?) 손을 놨지"라고 했다.
이날 함께 공로패를 수상한 경주수협 소속 김순희(77·경주시 감포읍) 씨도 해녀의 본고장인 제주도 출신이다. 16세 때부터 물질을 시작한 김 씨는 23세 때 감포로 시집와 결혼 6년 만에 남편이 죽은 뒤 해녀생활을 통해 3남매를 키워 모두 결혼시켰다. 김 씨는 "당시 육지의 바닷가 총각들은 생활력이 좋은 제주도 해녀들을 아내로 얻는 게 소원이었다"고 말했다.
한창때는 한 번 잠수로 전복과 소라, 미역 등 한 망태를 따냈다는 그는 지금은 팔다리가 저리고 숨이 차는 '해녀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손자가 7명인 김 씨는 "요즘도 간간이 손자들 용돈 주는 재미로 물질을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해녀들은 오찬과 국악공연, 문화행사, 인기가수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오랜만에 '물질'을 잊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날 최양식 경주시장, 이종구 수협중앙회장, 연규식 구룡포수협조합장을 비롯해 각 단위조합장들이 참석해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해녀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현재 경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녀는 제주도 다음으로 많은 1천300여 명에 이른다.
이종구 수협중앙회 회장은 "평생 차가운 바다와 함께해 온 해녀들이야말로 우리나라 수산업의 산증인이자, 애국자"라며 "수협은 앞으로도 어업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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