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러시아 혁명은 기존의 질서를 뒤엎었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생겨났다. 새로운 미래가 생긴 것이다. 예술가 특히 전통을 때려부수고자 했던 예술가들은 여기에 열광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 중 한 사람이 미래파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이다.
1893년 오늘 태어난 그는 15세 때 러시아 사회주의노동당에 입당한 후 반국가활동으로 여러 차례 감옥을 드나들 만큼 타고난 반골이었다. 혁명은 이런 기질을 만개시켰다. "때가 왔다/박물관 벽에 총탄을 퍼부을 때가/백 개의 총구가 달린 총으로 오래된 고철 덩어리를 쏠 때가" 그는 자신의 재능을 혁명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소련 전신국의 포스터 화가로 일하기도 했고 정치선전 시와 아동교육용 소책자를 펴내는가 하면 소련 전역을 다니며 강연과 혁명 지지 시 낭송회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혁명은 변질됐고 현실은 그를 배반했다. 지배계급은 프롤레타리아가 아니라 공산당 간부였고 체제는 미래파가 추구한 개인의 자유로운 영혼과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을 질식시켰다. 1930년 4월 14일 그는 권총자살로 이 '비루하고 남루한 현실'과 결별했다. 그는 유서에 이렇게 적었다. "진지하게 말하건대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안녕"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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