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 기독교 유적지 찾아 떠나는 '성지 순례'

역사 속으로의 여정…충만한 신앙의 숨결

7, 8월 여름을 맞아 가족과 함께 전국의 기독교 유적지를 찾아 떠나는 '성지 순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성지 순례 전문단체나 회사까지 등장할 정도. 모처럼 믿음의 발자취를 따라 기독교 신앙의 숨결을 느껴보자.

◆대구경북의 기독교 유적지

영천 화북면 자천리에 소재한 자천교회가 대표적이다. 1903년 미국인 선교사가 신자들과 힘을 모아 지은 것으로 전국에서 보기 드문 한옥 교회다. 내부 천장은 연등 천장으로 지붕틀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건물 내부는 줄지어 늘어선 기둥으로 인해 공간이 둘로 나눠져 있다. 기둥 사이에는 남자와 여자 예배석을 구분하기 위한 칸막이가 잘 보존돼 있다. 구한 말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자천교회는 개신교 역사와 건축사의 중요 연구 가치를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한국 기독교 사적 제2호이자 경북 문화재자료 제452호로 지정돼 있다. 영천시는 자천교회 일대를 기독교 역사 공간으로 개발하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국내 유일의 'ㅁ'자 교회인 봉화 척곡교회(등록문화재 제257호)는 성역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척곡교회는 지을 당시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정방형 기와집 예배당과 신자들의 교육기관이었던 명동서숙을 만날 수 있다. 대한제국 탁지부 관리를 지낸 고 김종숙 장로가 을사늑약 체결 후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관직을 버리고 처가가 있던 봉화로 낙향, 1907년 몇 몇 신자들과 함께 척곡교회를 일으켰다. 특히 명동서숙에는 한국 교회사의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 척곡교회 초기 세례인명부와 당회록이 남아 있다.

울릉도의 기독교 유적도 볼 만하다. 1909년 울릉도 토박이 김석규 전도사가 개척한 저동 침례교회와 김병두 전도사가 사동에 개척한 간령 장로교회가 대표적.

대구의 경우 약전골목에 위치한 옛 제일교회 건물은 1930년대 한강 이남 교회 중 규모가 가장 컸고, 또한 지역에선 가장 오래된 교회 건물이다.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30호인 교회는 앞면 중앙에 현관을 두고 오론쪽에 종탑을 세운 고딕 건물로 기독교가 근대화에 기여한 상징물이자 근대 건축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제일교회와 함께 현 계명대 동산의료원 일대는 대구 기독교 선교의 발원지다. 동산의료원은 대구경북지역 최초의 병원인 '제중원'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의료 선교의 시작을 알렸다.

의료원 뒤뜰에는 의료·선교·교육역사박물관이 있다. 100여 년전 선교사들이 거주하던 세 동의 주택을 개조한 것으로, 각각 대구시 유형문화재 24, 25, 26호로 지정됐다. 선교박물관의 경우 1910년에 지은 서양식 건물로 선교사 스윗즈 여사가 거주하던 곳이었다가 1999년 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지금의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1900년도에 사용된 성경을 비롯 선교 유물들과 사진들이 전시됐다.

건물 앞에는 대구 최초의 외국인 묘지인 '은혜정원'이 있다. 묘지 뒤편 왼쪽에는 의료박물관, 오른쪽은 교육역사박물관이 위치하고 교육역사박물관 2층에는 '대구 3·1운동 역사관'이 있다. 박물관 입구의 사과나무는 한국 최초의 서양식 사과나무의 자손목으로, 대구시 보호수다. 사과나무 옆 개원 100주년 종탑도 볼거리다.

◆전국의 기독교 성지

수도권의 경우 서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구한말 한국에 들어온 외국 선교사들이 묻힌 곳이다. 국내 첫 서양 병원인 광혜원과 신학문의 출발지인 서울 정동 유적지,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다. 백령도는 선교사들이 조선에 입국하기 전 머무르며 선교의 발자취를 남긴 뜻 깊은 곳이다. 강화도도 선교의 전초기지. 강화 교산교회, 한국적인 건축양식을 최대한 살려 지은 강화읍 공회교회가 대표적이다.

충청권은 유관순 열사의 순국열을 간직한 천안 매봉교회가 유명하다. 한국 선교 5대를 잇는 린튼가의 한남대 인돈학술원도 순례 코스. 강원지역은 원주 제일교회와 춘천 중앙교회에서 강원도 초기 선교를 엿볼 수 있다. 대진항으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화진포 해외선교사 별장은 이색적인 곳이다.

호남권의 경우 전북 김제 금산의 최초의 'ㄱ'자 교회인 서문교회, 77인의 순교자를 낸 영광 염산교회, 순천 한국선교역사박물관, 신안군의 문준경 전도사 순교비 등은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미국 선교사 22명이 묻혀 있는 광주 양림동 선교사 묘역은 100년의 선교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1909년 순교한 선교사 오웬 기념관, 네덜란드 건축 양식의 수피아여고홀 등도 한국 교회의 초기 유적들이다. 구한 말과 일제 강점기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들이 영적 재충전을 위해 찾았던 지리산 노고단·왕시루봉 유적지도 호남권의 대표 순례 코스.

제주도는 성안교회, 영락교회, 제주자연사박물관, 이기풍 목사 기념관, 하멜기념관과 기념상선, 제주도 최초의 목사인 이도정 목사 순도비가 있는 대정교회 등을 거쳐 땅끝 마라도교회를 잇는 선교 여행 코스가 인기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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