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중근 의사가 뤼순(旅順)감옥에서 순국한지 100주년되는 해이다. 그렇지만 현재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 기념관' 옆에 서 있는 안의사 동상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안 의사의 기개와 의기는 온데 간데 없고 초라한 모습으로 서있기 때문이다.
이 동상은 표면에 비둘기 배설물이 더덕더덕 붙어있고 자세히 살펴보면 군데군데 부식되고 균열돼 있다. 1967년 만들어져 오래된데다 서울시의 관리 소홀까지 겹친 탓이다. 기념관을 찾는 사람들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제 40여년만에 안 의사 동상이 새로 세워진다. 서울시는 19일 남산공원 안중근 의사 동상 재건립 현상공모에서 이용덕 서울대 조소과 교수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교수가 디자인한 안 의사 동상은 좌대와 기단부 3m를 포함해 7.5m 높이에 청동으로 만들어진다. 안 의사는 어깨 높이에서 가슴 안쪽으로 펄럭이는 가로 약 1.4m, 세로 1m크기의 깃대 없는 태극기를 오른손에 쥐고 바르게 서 있는 모습이다.
약지 한 마디가 잘린 왼손은 손가락을 가볍게 편 채로 아래로 내려놓아져 있으며 시선은 당당히 정면을 향한다. 태극기의 네 모퉁이에는 건곤감리(乾坤坎離) 대신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손가락을 끊어 '피'로 썼다는 대한독립(大韓獨立)이 한자로 적혀 있다. 이 교수는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의거 직후 가슴에 품고 있던 태극기를 꺼내 펼쳤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혈서 태극기'로 일제와 세계 만방에 강한 독립 의지를 표출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베를린 예술종합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지난 5월 '안중근 의사 동상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을 추진해온 서울시는 이 교수의 작품을 수정·보완한 뒤 제작에 착수해 10월 말까지 건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동상 건립에는 6억원이 든다. 새 동상은 예전 자리에서 옆으로 조금 옮겨져 새로 짓고 있는 안중근의사 기념관 입구에 세워진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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