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구 노곡동 일대 침수는 총체적 '人災'

대구시 호우주의보 발효 9시간 지나서야 비상근무

16, 17일 내린 폭우로 주택 침수피해가 발생한 대구시 북구 노곡동 금호강변 마을에서 18일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세척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6, 17일 내린 폭우로 주택 침수피해가 발생한 대구시 북구 노곡동 금호강변 마을에서 18일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세척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7일 주택 44채와 차량 96대가 침수·파손된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 피해는 행정기관의 늑장 대처와 배수 처리시설 부실관리가 빚어낸 총체적 인재로 드러났다. 행정기관은 노곡동이 상습 침수 구역인데도 대비를 하지 못했고 배수처리 시설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침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경찰과 대구시는 공무원 및 배수 처리시설 건설·감리업체에 대한 과실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대구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것은 16일 오후 8시 40분이었고, 노곡동 주민들은 다음날 오전 4시쯤 호우 피해를 신고했다. 그러나 북구청 재난안전과 전직원과 도시국의 비상 근무지시는 17일 오전 5시 37분에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재난 표준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사전대비체제로 호우주의보 발령시 전직원의 1/2이 비상 근무에 들어가야한다. 호우주의보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호우주의보가 해제(오전 9시)된 오전 9시 37분에야 도시국 전직원에게 근무 지시가 떨어졌다.

노곡 배수펌프장에 대한 관리부실도 노곡동의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노곡 배수펌프장은 지난해 6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올 10월 완공 예정으로, 게이트펌프(지름 1천350㎜) 2대와 로타리 자동제진기(2.2X3.6m) 2대를 갖추고 있다. 이곳은 현재 진도율 83%로 S건설 등 3곳이 공사를 맡고 있으며 D기술 등 2곳이 전면 책임감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배수펌프장 유입구는 나뭇가지 등 온갖 쓰레기로 막혀버렸고,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쓰레기 등을 자동으로 제거해 주는 제진기가 있었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배수펌프 시공을 담당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제진기는 6월말 완공돼 충분히 작동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감리업체나 구청에서 당직자를 파견해 제진기를 자동모드로 전환시켰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구청은 건설업체와 감리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10월 완공 이후부터 대구시에서 중앙통제장치를 이용해 제진기 등 시설을 관리하게 된다"며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건설업체와 감리업체가 관리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경찰과 대구시는 공무원 및 건설·감리업체의 과실 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이번 침수피해는 호우로 인해 공사중인 노곡동 배수펌프장 수로박스에 설치한 제진기에 나뭇가지 등 생활쓰레기가 걸려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제진기 관리 부실 및 피해발생 원인에 대해 사고조사반을 가동, 면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북부경찰서는 "주민 피해가 발생한 만큼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담당 공무원과 건설업체 등을 대상으로 과실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6, 17일 집중호우로 고령과 성주, 칠곡 등 경북 3개지역에는 11억여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지역 곳곳에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고령, 성주, 칠곡 등지 599ha의 농작물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낙동강 살리기 사업장은 별 피해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는 공구별로 수위표를 설치해 수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물 흐름에 지장을 주었던 가물막이는 해체하거나 높이를 낮췄다고 밝혔다.

모현철·채정민·김태진기자, 노경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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