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믿고 지켜봐 줄 어른 필요하다.

초등학교 방학이 시작 되었다. 방학은 아이들에게 한껏 기대를 갖게 하고, 해보고 싶은 일도 해볼 시간을 준다. 그러나 학교나 부모님이 정해준 방학 중 할 일을 보면 부담도 잔뜩 가지게 된다. 여름 방학 동안 아이들이 해야 할 일 첫 번째가 잘 노는 것이지만, 요즈음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잘 놀 줄을 모른다. 평소에 학원은 많이 다녀도 노는 일은 배운 바가 별로 없어서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물론 아이들이 모이면 재미있는 일이 저절로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게 모일 아이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요즘 동네에 가면 놀 아이들이 없다. 한창 아이들이 모여야 할 시간에 배우러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가한 아이들은 여러 놀이터를 전전하다가 놀 아이들이 없어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아는 놀이는 축구랑 야구처럼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할 수 있는 놀이들이 많고 땅따먹기, 달팽이, 사방치기, 비석치기 등 별다른 도구 없이 할 수 있는 놀이들도 별로 알지 못한다.

방학동안 아이들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관리 받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로 나뉘면서 방학 중 하는 일이 달라진다. 관리 받는 아이들은 하루 일정이 꽉 잡혀 있어 개인적인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무척 바쁘게 산다. 학원도 가야하고 체험 학습 일정도 참여해야하고 방학 숙제나 여행도 빼놓지 않고 해야 한다. 그 대가로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얻기도 한다. 관리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부모님이 맞벌이거나 무척 바빠서 이이들 일정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경우이다. 아이 스스로 잘 해 나가는 경우도 있으나, 시간 관리를 온전히 아이에게만 맡기고 가끔씩 확인 하는 것으로 어른의 역할을 끝내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남은 시간에 남자 아이들은 PC방에 가고, 여자 아이들은 텔레비전이나 친구랑 전화 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상호 작용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아이들이 자라야 한다. 일방적으로 주든지 받게 되면 생각할 이유를 알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하게 된다. 물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건 아이입장에서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꼭 해야 할 일인 것은 틀림없다.

아직 어른들의 시선 속에서 커야할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혼자 남겨지는 경우가 많다. 상호 작용은 벌써 물 건너 가 있다. 혼자 남겨진 아이들은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만 우리나라는 각 가정의 문제로만 국한 시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어른의 시선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같이 돌보아야 한다. 방과 후 학교나 학원은 그러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 아이들은 믿고 자신들을 지켜봐 줄 어른들이 필요하다. 학교를 가지 않는 방학은 어른들이나 아이들에게는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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