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 마시고 미술 감상도 하고…"문화사랑방 어때?"

대구 인근 '카페 갤러리' 잇따라 문 열어

"카페에 차를 마시러 왔는데, 이렇게 그림까지 볼 수 있어 기분이 좋네요."

"이 작품은 누구 작품이에요?"

최근 생겨난 '카페 갤러리'에서 오가는 말들이다. 카페나 레스토랑에 갤러리 기능을 더한 곳들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페에서 문화적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이들의 기대를 총족시키거나 갤러리에 잘 오지 않는 사람들을 오게 하기 위해 '카페 갤러리'가 생겨나고 있다.

이달 14일 팔공산 동화사 인근에 갤러리 '위'(053-983-5223)가 문을 열었다. 허브정원 겸 찻집인 '허브위'를 운영하고 있는 신성화 대표가 165㎡(50평) 규모의 건물을 지어 찻집과 갤러리를 개관한 것. 이 가운데 66㎡(20평)가 갤러리로 꾸며져 있다.

신 대표는 "팔공산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정작 문화적인 공간은 드물다"면서 "시민들이 의외로 문화적 욕구가 강한 만큼 볼 만한 전시를 엄선해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갤러리위에서는 다음달 말까지 계명대 시각디자인과 남금우 교수의 캘리그라피전이 열린다.

그런가 하면 범어동의 작은 레스토랑 알리오(053-741-5989)에서는 식사를 하면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80㎡(25평) 규모의 레스토랑 안에 강주영, 김원숙, 김경환, 김성수 등 신진 작가들과 중견 작가들의 작품 1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계절별로 작품을 바꾸기 때문에 단골 손님들은 꽤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알리오의 홍중곤 주방장은 "레스토랑 안에 작품이 있으니 사람들이 출처나 가격을 묻기도 하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월드컵경기장 부근 레스토랑 누오보(053-794-5454)는 아예 전문 큐레이터까지 두고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품 컬렉터인 최영범 대표는 카페 곳곳에 소장품을 걸어두었다. 그래서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저절로 이배, 정병국, 이교준의 작품 등 수준 높은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장 아래층에는 55㎡(17평)의 갤러리 공간이 있다. 갤러리 누오보는 지난 5월 개관전으로 정병국 작가의 전시회를 열었고, 8월 말에는 윤우승 작가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 대표는 "레스토랑을 만들면서 문화공간을 함께 만들고 싶어 갤러리를 만들었다"면서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만큼 수준 있는 현대미술 전시를 초대전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가가 직접 문을 연 카페도 있다. '네루다의 시처럼'(053-756-6648)은 화가 김미경 씨가 5년간 고민 끝에 지난달 말 문을 연 카페갤러리다. 작품 전시를 위해 천장을 높이고 조명도 전문 갤러리 못지않게 신경을 썼다. 카페보다는 갤러리에 중점을 둔 공간이다. 김 씨는 "일반 갤러리는 워낙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으니 대중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카페 갤러리를 열었다"고 말했다. 커피 마시러 왔다가 우연히 그림을 접하고 그림을 배우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 이달 말까지 영남대 회화과 83학번 동기전을 열고 있다.

카페 갤러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갤러리 전 전병화 대표는 "요즘 카페에서 단순히 음료나 식사를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눈으로 즐길거리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 카페나 레스토랑의 갤러리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