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리면 프로야구 선수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상승세의 선수들과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의 머릿속은 확연히 엇갈린다. 이제 공이 좀 보이는가 싶은데, 비 때문에 경기가 열리지 못하면 하늘이 원망스럽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비 오는 날이 잦은 장마철에 컨디션이 상승세라면 좋은 성적을 올릴 기회를 날려버리는 셈이다.
133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 장마와 무더위는 순위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찾아오기에 구단의 성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무더위가 시작되면 선수들은 체력 부담을 안게 된다. 야간 경기라지만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6시 30분은 낮이나 다름없다. 낮에 받은 열을 뿜어내기에 운동장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당연히 경기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이런 조건 때문에 여름에 승부를 띄우는 팀도 있다. 상대가 지쳐 있을 때 조금 더 집중해 성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마철을 기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험 많은 고참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다. 장마철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나름 터득했기 때문이다. 반면 신인 선수들에겐 장마가 달갑지 않다. 비로 경기를 하지 않는 날이 오히려 편하지 않다.
특히 원정경기에서 비로 경기가 연기되면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마땅한 훈련장이 없어 컨디션을 가다듬을 수 없다. 딱히 시간을 보낼 방법도 없어 호텔에 머물기 일쑤다. 매일 하던 운동을 하루 이틀 쉬면 당연히 몸은 무거워진다.
필자의 선수 시절 얘기다. 비로 경기가 취소된 날 일기예보는 다음날도 비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서 모 선수는 숙소를 벗어나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빗방울 소리는 들리지 않고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부리나케 경기장으로 나가 훈련에 동참했지만 술기운이 가시지 않아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요즘은 천연 잔디나 인조 잔디 구장 모두 배수시설이 잘 돼 있어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엔 비가 한 번 오면 며칠씩 경기를 하지 못한 적도 있다. 실제 한 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구장은 비가 오면 2, 3일은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배수 시설이 잘 안 돼 있었다. 그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팀은 하락세에서 1위 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새벽에 비가 내렸지만 많은 양은 아니어서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에 구단 관계자들이 아침 일찍 운동장에 물을 뿌려 그날 경기를 취소시켜 버렸다. 지금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환경이 열악했던 시절 가끔 있었던 일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최근 무서운 상승세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연승 행진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장마를 피해가고 싶을 것이다. 장마는 반가운 손님이 되기도, 불청객으로 환영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동수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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