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숙원사업 배수펌프장, 화근 될 줄이야…"

복구 작업 노곡마을

침수피해를 입은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에 물이 빠지면서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19일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침수피해를 입은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에 물이 빠지면서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19일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7일 새벽 내린 비로 마을이 잠긴 대구 북구 노곡동 323번지(노곡마을). 지난 십수년간 상습침수 지역으로 행정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함지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을 따라 복개로 아래로 흐르면서 금호강이 둑을 넘으면 꼼짝없이 물벼락을 맞는 곳이기 때문.

낮 최고기온 34℃를 넘는 땡볕더위가 뒤덮은 19일 오후 노곡마을 주민들은 또 비가 와 마을이 침수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배수펌프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오히려 피해만 더 키웠기 때문이다.

"북구 팔달동은 배수펌프장 짓고 난 뒤에 태풍 '매미'가 와도 끄떡없었어요. 근데 우린 겨우 이 정도 비에 푹 잠기니…."

금호강과 도로둑을 사이에 두고 마을을 이뤄 살았기에 으레 거치는 연례행사처럼 여겼지만 이번은 다를 줄 알았다. 배수펌프장을 아예 만들지 않았더라면 십수년간 그랬던 것처럼 강둑으로 나가보기라도 했을 거라고 했다.

"마을 숙원사업처럼 여겼던 배수펌프장이 오히려 댐 역할을 할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어."

같은 날 오후 대구 동구청 옆 신암 5동 일대. 이곳 주민들도 남의 일이 아니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한번 침수를 겪은 뒤부터 비만 오면 잠을 못 잔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동구 신암5동 신암 제2수문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는 신암5동 배수펌프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금호강 수위보다 지대가 낮아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를 겪어서다. 특히 이곳에서도 가장 저지대에 있는 동서시장 끝자락은 큰비가 아니라도 불안하다. 하수구가 막히기만 해도 순식간에 물이 차서다. 인근 가게 한 업주는 "가게 앞이 물로 덮인 광경은 여름이면 반복된다"며 "구청에서 하수구 이물질 청소를 해주고 있지만 비만 오면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게 이사를 고민하는 곳도 있었다. 세탁소 운영 업주 박기영(53) 씨는 "태풍 '매미'때 세탁 기계가 모두 파손된 뒤부터 비만 오면 잠을 못 잔다"며 "구청에서 배수펌프장 공사를 한다고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그냥 가게를 옮길까 몇해째 고민 중"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대구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시간당 40㎜의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10개 지역에서 수성못(21만8천㎡)의 2배가 넘는 53만8천㎡, 190가구가 침수되고 554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침수가 예상되는 곳은 ▷동구 안심교 동호·동래수문 제방 저지대 ▷북구 고촌마을 ▷수성구 범어4동 대공원시장 입구 ▷달서구 감삼동 감삼초교 부근 등 10곳이다.

또 시간당 80㎜의 집중호우 때는 32개 지역(144만8천㎡)에서 866가구가 침수되고 2천984명이 피해를 입는 것으로 전망됐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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