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체벌 금지 당연하나 신중히 검토해 결정해야

서울시교육청이 "올 2학기부터 학교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의 학생 폭행 사건에 대한 대응 조치다. 일선 학교의 체벌 전면 금지는 일부 무분별한 교사에 의한 폭력과 학생 인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꼭 필요한 체벌마저 원천적으로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도 체벌은 금지돼 있다. 다만 일선학교에서 '교육상 필요하다'며 자체적으로 체벌을 용인하는 게 관행처럼 되어 있다.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이 이 규정을 악용해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체벌은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에 국한하는 게 상식인데도 말이다.

문제가 된 서울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진 것은 폭력이지 체벌이 아니다. 부적격 교사가 저지른 상습 폭력인 것이다. 학생을 위해 사랑의 매를 든 게 아니라 교사가 제 감정을 푸는 데 아이를 희생시킨 사례다. 이를 학교 체벌 문제와 연관시켜 무조건 체벌을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오래전부터 학교 기강이 무너진 상황에서 교사나 학부모의 의견 수렴도 없이 시교육청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일이어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학교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추세다. 인권 의식이 강한 선진국일수록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최근 보수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사들의 학생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불량 학생에 대한 체벌을 보다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교사 권한 강화와 교실 내 질서 확립이라는 명분이다. 영국과 우리의 교육적 전통이 다르다 하더라도 아이를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체벌도 교육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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