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낚시

어느 봄날. 베르테르는 법관의 딸 로테를 알게 된 뒤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약혼자가 있었고 베르테르는 크게 실망했다. 결국 베르테르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공사관 비서를 자청해 떠났다. 로테는 약혼자인 알베르트와 혼인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베르테르는 고향을 찾아 마음속 연인 로테를 찾지만 결혼해버린 로테를 보고 다시 낙담한다. 베르테르는 그의 희망 없는 사랑에 눈물을 흘리며 무지개 송어를 찾아 플라이낚시를 떠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변형한 가상의 시나리오다. 실제론 베르테르가 자살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소설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면서 널리 회자됐다. 베르테르처럼 노란 조끼를 입고 권총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났다. 결국 이 작품은 유럽 지역에서 발간 중단 사태를 몰고 왔고 이러한 동조 자살은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 불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한류 스타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이전에도 적잖은 젊고 아름다운 배우들이 삶의 무게를 벗었다. 그들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졌었는지 짐작할 순 없지만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형언하기엔 안타깝다는 말이 전혀 충분치 않다.

일국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나, 사랑받는 국민 배우가 아니어도 현대인의 삶은 충분히 고단하고 힘겹다. 10년 동안 한국의 자살자는 무려 49% 증가했고 2008년 하루 자살자 수가 35.1명에 달해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더구나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책임질 20, 30대의 자살이 그 무섭다는 암(癌)보다 높은 사망 원인이라는 게 충격적이다.

문제는 유명인의 자살이 사회에 전염된다는 데 있다. 국가 차원의 자살 방지 캠페인도 있지만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고달픈 현대인들의 고민을 덜어줄 대안으로 자연을 대상으로 한 즐겁고 흥미로운 취미 가지기 운동을 제안한다.

베테랑 낚시꾼이자 임상심리학자인 폴 퀸네트(Paul Quinnett)는 20여 년 동안 마약치료센터의 책임자로 알코올 중독자 요양소에서 상담사로 일했다. 그는 자살 방지 전문가로 생활의 대부분을 깊은 절망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낚시를 권하면서 치료의 성과를 거뒀다.

현대인은 항상 완벽을 추구한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완벽해야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뒤돌아볼 겨를이 없다. 그래서 늘 숨이 막힌다. 하지만 퀸네트에 따르면 "낚시는 몇 시간 일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어울리는 것이야말로 그가 권하는 즐겁고 건강한 인생을 위한 지침이다. 낚시 말고도 자연을 벗 삼을 수 있는 일은 아주 많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도시의 소음, 혼잡, 오염, 범죄율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 도시와 시골을 비교하면 도시인들이 보통 두 배 정도 더 우울하다. 전 세계 도시 지역에서 중증 우울증에서 비롯된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자살률은 선진국일수록 더욱 높은 통계 수치를 보인다.

E. 풀러 토레이 박사는 자신의 저서 '정신분열과 현대문명'에서 어떤 한 사람이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을 때 서구산업사회보다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예후가 더 좋다고 언급한다. 이는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자연과 접촉할 기회가 줄어들면 병에 더 자주 걸릴 뿐 아니라 치유 또한 더뎌진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럴 때 자연 속으로 가보자. 환자가 빌딩 숲보다 숲과 물이 있는 자연을 바라보기만 해도 치료 효과는 물론, 살고 싶다는 의욕과 함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 우울한 당신. 지친 일상에 허덕이고 있다면 여름 휴가에 낚싯대를 들고 자연 속으로 풍덩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고대 바빌론의 경구에 이런 말이 있다. "신은 사람의 수명에서 낚시로 보낸 시간을 제외한다." 참! 여행의 최종 목적은 돌아오기 위함이란 것은 물론 잊지 마시길.

나채재(FTV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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