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족자카르타주에서 남동쪽으로 50㎞ 떨어진 구눙끼둘군(郡) 나웬면(面) 바뚜사리 마을. 꼬불꼬불한 들길과 산길을 1시간쯤 달려 마을 진입로로 들어서자 새마을회관이 먼저 눈에 띄었다. 새마을회관 정문에는 근면, 자조, 협동을 뜻하는 세 잎사귀 새싹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30여 명이 새마을운동 교육을 받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라는 새마을정신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었다. 새마을회관에는 이곳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의 농부들, 공무원들도 와서 교육을 받을 만큼 인기가 높다.
면사무소 회계공무원인 수틱노(36) 씨는 "새마을정신인 근면, 자조, 협동이 바뚜사리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농부 또또모르와시또(42) 씨는 "새마을회관에서 새마을교육을 받은 뒤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새마을회관 관리인인 수나르조(55) 씨는 "새마을회관이 없을 당시 밤에는 캄캄해 마을이 황무지와 같았다"면서 "지금은 주민들이 배드민턴을 즐기고 저녁에는 친근하게 만나는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고 기뻐했다.
◆인도네시아를 바꾸다
새마을운동이 인도네시아에서 서서히 꽃을 피우고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주민 700여 명이 모여 사는 바뚜사리 마을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농촌 마을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바뚜사리 마을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뚜사리 마을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08년이었다.
경상북도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주는 2008년 5월 새마을운동 협력강화를 위한 '새마을운동 교류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족자카르타주는 한국경제의 눈부신 발전 원동력이 새마을운동 정신이라는데 공감하고, 자매결연을 맺은데다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인 경북도가 전수해 줄 것을 희망했다.
경북도는 이어서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현지에서 바뚜사리 마을 주민 3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마을회관 준공식을 가졌다. 바뚜사리 마을은 2008년 족자카르타와 경북도간에 체결된 새마을협력의향서에 따라 경북도가 새마을시범마을로 지정하고 2008년 1차 사업으로 새마을회관 건립을 위한 자재를 지원했다.
경북도는 또 새마을공동우물 설치, 공동축사 건립, 소 구입 지원 등에 모두 1억2천만원을 지원해줬다. 대신 모든 일에 마을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조건이었다.
◆"우리도 가난 탈출할 수 있어요."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공동우물'이 보였다. 수도꼭지를 틀자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지하 80m에서 양수기로 퍼올리는 물이다.
바뚜사리 마을에는 새마을운동의 영향으로 공동우물이 4곳이나 생겼다. 예전엔 건기가 되면 우물이 마르기 일쑤였다. 건기 때는 비싼 돈을 내고 식수를 사 먹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이 말끔히 사라졌다. 건기 때는 다른 마을주민까지 물을 가져갈 만큼 인기가 좋다.
친구들과 함께 물장구를 치고 있던 아지즈(9) 군은 "다른 마을 아이들이 우리 마을 우물을 너무 부러워한다"면서 "마르지 않아 언제나 마음껏 마실 수 있고 샤워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소리쳤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공동축사가 마련돼 있었다. 축사 안에는 소 2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공동으로 소를 기르고 있다. 이 소는 지난해 경북도가 기증한 것이다. 소는 벌써 새끼를 5마리 낳았다. 바뚜사리 마을 주민들에게 소는 농사에 꼭 필요한 존재다. 소가 없을 때는 직접 일일이 사람 손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를 동원해 밭을 갈면서 농사가 훨씬 더 빨라졌고 생산성이 높아졌다. 소 배설물을 거름으로 사용해 땅은 한층 비옥해졌다.
마을 안 농로 200~300m는 시멘트로 포장이 돼 있었다. 이 길은 지난해 경북도 대학생 새마을봉사단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포장한 길이다. 농로 포장으로 주민들은 수레를 끌기가 훨씬 더 수월해졌다.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확산
새마을운동이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신개조를 강조하는 새마을운동은 타성에 젖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경상북도는 새마을운동을 인도네시아에 전파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새마을교육을 받지 않은 곳에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시티무나와르 족자카르타주 인적자원과장 등 24명은 경북도를 방문, 새마을교육과 새마을역사관 및 새마을아카데미를 방문하고 돌아갔다. 지난해 구미 경운대에서 새마을 지도자교육을 받고 돌아온 시티무나와르 족자카르타주 인적자원 과장은 "근면·자조·협동을 강조하는 새마을정신이 한국의 발전 원동력이라는 것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새마을운동이 인도네시아를 좋은 모습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바뚜사리 마을 이장인 산또사(50) 씨는 "마을에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환경적으로 깨끗해졌고 점점 발전하고 있다"면서 "새마을운동을 더욱 확산시켜 더욱더 깨끗하고 현대적인 마을을 만드는데 주민들과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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