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대부업체나 사채업자의 '이자폭탄'에 신음하던 서민들을 위한 저금리 서민대출상품이 나온다. 26일부터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의 서민들에게 연 10%대의 금리로 최고 5천만원까지 빌려주는 '햇살론'이 출시되는 것. 서민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햇살론은 저신용층의 대출난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단기적으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늘고 금융회사의 여신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저신용자도 저금리 혜택 본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햇살론'은 서민들에게 향후 5년간 10조원을 빌려주는 대출상품이다. 농협과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의 단위조합과 저축은행 등 전국 3천989개의 서민금융회사에서 취급한다. 신용등급 6~10등급 또는 연소득 2천만원 이하의 저소득 자영업자나 농림어업인, 일용직(임시직) 근로자가 대출 대상이다. 행상, 노점상, 방문판매원, 우유배달원, 학원강사, 행사도우미, 대리운전기사 등 무등록·무점포 자영업자도 보증 대상에 포함된다. 서민금융회사에서 대출이 어려워 최고 49%의 살인적인 이자를 주고서야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던 금융소외계층이 수혜대상인 셈이다.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대출금의 85%를 보증하고 금융회사가 15%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대출한도는 창업자금은 최고 5천만원, 사업 운영자금은 최고 2천만원, 생계자금은 최고 1천만원이다. 대출금리의 상환선은 20일 기준으로 상호금융은 10.6%, 저축은행은 13.1% 이내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유흥업소, 무도장, 사치향락업이나 유흥접객원, 댄서, 다단계 판매원은 보증이 제한된다. 3개월 내에 30일 이상 계속해 연체하는 등 연체경력이 많아도 보증을 받을 수 없다. 대출 규모는 5년간 10조원이다.
◆추진 배경은?
정부가 '햇살론'을 내놓은 이유는 서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자금 수요는 늘어났지만, 정작 서민금융회사는 서민대출보다 부동산 PF대출과 유가증권투자에 열을 올렸다는 것. 이 때문에 사금융이나 대부업체에 의존하는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이자 부담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 출구전략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민 가계가 짊어질 이자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가계 부채 해결이 다급해졌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30∼40%대 고금리인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의 신용대출상품을 이용하던 서민들이 햇살론을 이용하면 연간 6조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민층의 금융이용 기회가 확대되고 고금리 부담의 완화가 기대된다"면서 "서민대출보다 부동산 PF대출과 유가증권 투자를 늘려왔던 서민금융사가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서민금융권, 우려와 기대 교차
농협과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들은 '햇살론' 출시를 환영하면서도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 기존에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던 생계형무등록사업자 대출이 '햇살론'의 출시로 단위농협으로 넘어가면서 좀 더 서민들과 밀착한 보증대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 대구본부 관계자는 "지역 곳곳에 뿌리 내리고 있는 단위농협에서 햇살론을 취급하면 좀 더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여신 업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엠에스저축은행 김건식 은행장은 "은행 입장에서는 고위험 고금리 상품인 기존의 신용대출에 비해 금리는 낮지만 리스크도 낮다"며 "대부업이나 사금융을 찾던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기존 특례보증대출이 지역신용재단에서 100% 보증을 해준 데 비해 '햇살론'은 85%만 보증을 하고 15%는 금융회사가 안게 돼 있어 여신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또 자산 규모가 영세한 단위조합이 많은 금융회사들은 분담금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업권별 6년간 출연액은 농협 3천859억원, 수협 334억원, 산림조합 83억원, 신협 1천362억원, 금고 2천362억원, 저축은행 2천억원 등 1조원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운영하던 특례보증상품들을 한데 모았을 뿐 획기적인 대책이 아니고,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햇살론'이 나오면서 기존 금융소외자영업자특례보증과 지역희망금융사업협약보증 등은 모두 중단됐다. 금융소외특례보증의 금리는 연 7.3% 이내, 지역희망금융사업은 4%로 10%대인 '햇살론'보다 오히려 낮다. 결국 이들 특례보증상품을 이용할 수 있었던 서민들은 오히려 비싼 이자를 물게 된 셈이다. 대구신용보증재단을 통한 금융소외 특례보증은 지난해 1월 출시된 이후 이달 19일까지 8천834건, 671억8천600만원이 대출됐다. 지역희망금융사업도 지난 3월부터 불과 4개월 만에 713건, 31억5천만원의 대출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체 보증실적 9천770건(754억1천700만원) 중 건수로는 97.7%, 액수는 93.2%를 차지한다.
대구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보증을 100% 해주면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며 "단기적으로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늘 수 있겠지만 서민 특례보증 기간이 향후 6년으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혜택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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