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도시쥐와 시골쥐

이솝우화 '도시쥐와 시골쥐'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려고 한다. 블링블링(Bling Bling)한 도시쥐와 촌티 풀풀 날리는 시골쥐가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됐다. 시골쥐가 식사나 함께 하자고 도시쥐를 초대했다. 도시쥐는 흔쾌히 승낙했지만 막상 식사란 게 보리와 옥수수 낟알 몇 개가 고작이었다. 도시쥐는 시골쥐에게 자신의 집에는 맛좋은 음식이 풍성하다며 시골쥐를 초대했다. 시골쥐는 친구가 내준 치즈, 꿀, 콩 등 풍성한 먹을거리를 보고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한편 도시쥐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들이 식사를 하려는 순간, 사람이 문을 갑자기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기겁을 하고 갈라진 틈새로 몸을 숨겨야만 했다. 시골쥐는 도시의 진수성찬이 위험과 불안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는 음식이란 것을 알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가난한 시절, 우리는 이 동화를 읽은 뒤 마치 안분지족(安分知足),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깨닫기나 한 듯 도시(서울)의 화려함에 어느 정도 선을 그었다. 그리고 부(富)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며 궁핍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도시와 시골, 서울과 지방이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을 뿐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외형과 물질적으로는 점점 획일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 블랙홀처럼 지방의 인적'물적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으며, 시골쥐는 서울쥐(도시쥐)를 부러워하며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지역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고, 대기업 취업문은 바늘구멍이다. 대기업 유치는 고사하고 지역의 큰 기업들이 생존조차 힘든 지경이 됐다. 그래서 '땡빚'을 내서라도 자녀들을 서울과 수도권의 대학에 보내려고 오늘도 등골이 휘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4년 동안 수도권의 일자리 비중은 49%에서 50.9%로 높아진 반면, 대구경북은 10.8%에서 9.7%로 떨어졌다. 인구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1992년 44.1%에서 2008년 48.8%로 높아졌다. 이 기간 대구경북은 11.6%에서 10.4%로 낮아졌다. 대구경북의 1인당 연간 급여는 2천114만원(2008년 기준)으로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17년째 꼴찌이다.

지역 간의 격차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계층 간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소득분배 불평등을 가늠하는 잣대인 지니계수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갖는데,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통상 0.35 이상이면 소득분배가 '매우 불평등하다'고 평가된다. 우리나라 도시가구의 지니계수는 2007년 0.324, 2008년 0.325, 2009년 0.345로 '매우 불평등한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서민층은 실업과 파산 등으로 소득이 줄고 있지만, 고소득층은 주식이나 부동산이 급등하면서 자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수도권과 지방, 소득 계층 간 빈부격차의 원인을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공고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대형마트,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진출에 따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몰락, 일부 대기업 건설사의 대형 공사 독식, 지방 기업과 대학의 쇠퇴 등을 목격하고 있다. 시장경제가 '인간의 얼굴'을 잃을 경우 시장경제는 효율성과 성장을 위한 동기 부여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회통합이나 지속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에 급속히 이식된 경제제도들의 부조화는 경제주체 간 상생적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있다. 상생경제, 동반성장을 지향하는 시장경제로의 체질 전환이 시급하다.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본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동반상생의 길을 찾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고 우리의 자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상생의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성장이냐 복지냐는 이분법적, 대립적 사고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기계적 평균화는 또 다른 대립과 분열을 낳기 때문이다. 서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끌어주고 밀어주는 방식, 시장제도와 복지제도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기반을 찾아야 한다. 동반상생의 시장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김교영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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