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맞수

열대어 수출상에게는 바다를 건너는 동안 수족관의 열대어를 죽이지 않은 일이 과제였다. 대부분 죽기 일쑤였고 살아남은 것들도 시들해서 돈벌이가 안 됐다. 산소를 더 많이 넣어도 마찬가지였고 수초와 모래까지 넣어 열대어가 살던 강을 재현해도 효과는 별로였다. 그러나 열대어를 잡아먹는 장어류 몇 마리를 함께 실어 보내자 효과는 만점이었다. 재수 없이 잡아먹힌 놈을 빼고는 대부분의 열대어들이 싱싱하게 살아 있었던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최고의 만남이란 부제가 붙은 '귀인'이란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장어잡이 어부가 천적을 함께 넣어 살아 있는 장어를 공급한 것이 다른 어부보다 많은 돈을 번 비결이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적당한 긴장과 공포 경계심이 생명의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며 맞수는 귀찮고 성가신 존재지만 맞수의 장점을 배우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라고 충고한다. 맞수는 적이 아니라 나를 돕는 귀인이라는 말이다.

축구 하면 펠레와 마라도나를 떠올리지만 축구팬들은 축구의 맞수로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와 독일의 베켄바워를 꼽는다. 같은 시대 맞섰던 두 사람 덕분에 유럽 축구가 세계 정상에 다시 올라왔다며 둘의 공을 인정한다. 영국 총리 처칠의 우뚝함은 맞수 히틀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도 한다. 최고의 적수가 최고의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정치적 맞수다. 두 분이 며칠 후면 다시 만난다고 한다.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대화의 진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맞수로서 서로의 장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두 분의 경쟁은 나라 살림에 보탬이 될 수도 있을 터다. 안상수 한나라당 신임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의 갈등도 화제다. 화해를 했다지만 여전히 까칠한 홍 위원의 말은 안 대표를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둘의 대립이 한나라당의 소통과 변화에 자극을 줄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한국이 개발한 사거리 1천500㎞의 순항 미사일을 두고 극렬 비난하고 나섰다. '생각조차 못 한 금지 구역에까지 범접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일본과 중국 게다가 북한은 가깝지만 우리에겐 불편하고 성가신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덕분에 우리가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면 맞수는 우리에게 행운일 수도 있다.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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