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무작정 달아나고 싶다. 아스팔트와 회색 콘크리트 도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숨이 턱밑까지 막힐 때면 아무도 가지 않은 깊은 산골짜기 계곡물이 그리워진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울창한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듯싶다. 허기라도 지면 그냥 맑디맑은 계곡물 한 모금으로 배를 채우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도 좋을 듯하다.
여름방학을 맞아 문경과 예천 등 북부지역의 청정계곡으로 가족단위 알뜰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문경 운달-김룡·쌍용·용추·선유동 계곡을 비롯해 예천 명봉사 계곡(사진) 등에는 무더위를 식히려는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몰리면서 주변 유원지가 크게 붐비고 있다.
이곳을 찾는 피서객들은 대다수 텐트를 치고 직접 요리를 해먹으면서 '저비용 고품격' 피서를 즐기고 있다.
운달-김룡계곡에서 만난 황모(58·경기도 수원시) 씨는 "휴가철에 해수욕장 등 유명 피서지를 찾았지만 교통혼잡과 바가지 요금 등으로 짜증난 적이 많았다"며 "운달계곡은 조용하면서도 가족들이 저비용으로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문경의 냉골로 알려진 산북면 신라고찰 김용사 옆 운달-김룡계곡은 잘 보존된 천연원시림과 지형 덕분에 햇빛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늘이 많고, 맑은 물은 깊지 않아 어린이들의 물놀이에도 적합하다. 특히 시내에 비해 기온이 무려 10℃가량 낮은데다 계곡물은 1분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워 피서지로 더할 나위 없다. 주차장 부근에 식당, 민박집과 콘도형 숙박시설이 있지만 숲 속에 있는 야영장이 깨끗하고 넓어 야영을 하는 피서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또 농암면 내서리 쌍용계곡과 가은읍 선유동·용추계곡 등에도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을 만큼 맑고 풍부한 계곡물이 흐르고 바닥이 암반으로 돼 있어 피서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해발 1,400여m 소백산 백운봉 아래 예천 명봉계곡(사진)은 심산유곡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많지 않았으나 이젠 제법 속인들의 발길이 잦다.
명봉계곡은 숲이 울창하고 계곡물이 맑으며 고즈넉하고 자연 그대로의 산수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울창한 나무숲이 한여름 뙤약볕을 막아주며, 계곡물은 바닥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시원스럽다. 계곡을 따라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천연림이 무성하다.
계곡은 모두 명봉사 경내로 사찰유원지라고 할 수 있다. 내원암에 이르는 3㎞ 길 양 옆으로 아름드리 잡목이 천년의 풍상을 가지마다 간직한 채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서 있다. 그 밑을 흐르는 계곡은 백운봉 정상에서 출발해 세월의 풍상을 잊은 채 시원하게 흘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고 있다.
문경시 관계자는 "경기불황에 계곡을 찾아 실속을 차리는 알뜰 피서객들이 올해는 더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본격 휴가철이 되면 더 많은 피서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문경새재와 계곡 주변의 정비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천·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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