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TI·LTV 푼다고 거래가 활성화?…문제는 '미분양'

정부가 22일 발표할 예정인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대구경북의 미분양아파트 해소 등 얼어붙은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햇살'을 비출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등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의 '7·22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지역이 안고 있는 미분양아파트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정부도 가닥 못 잡아

논란의 핵심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상향 조정할지 여부다. 정부는 20일 청와대 경제금융점검회의를 열고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과 윤증현 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DTI를 조정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 부처 간 의견 차이가 심했다. 국토해양부는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땜질식 처방으로는 경기를 살릴 수 없는 만큼 DTI 자체를 5∼10%포인트 상향조정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9월 DTI 적용범위를 종래 투기지역에서 수도권 전체로 확대한 이후 부동산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DTI를 손질해야만 부동산시장의 추가적인 침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려할 만한 상황이어서 DTI를 상향조정하면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 가계 부실화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풀어오른 부동산 거품에 새로운 거품을 하나 더 만드는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DTI 규제의 전면 완화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어 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주택대출 규제를 풀지 않는 사실상 '현상유지'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풀어야

부동산 업계에서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한 부동산 관계자는 "2006년 약 10만 건에 달했던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가 지난달엔 3만 건으로 70%가량 뚝 떨어졌다. 대구지역 경우도 미분양아파트가 넘쳐나면서 매수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는 DTI 규제완화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최소한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지역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DTI, LTV 등 주택대출 규제 완화로는 많이 부족하다. 아예 부동산관련 세제 등 모든 규제를 시장 자율에 맞춰 풀어주는 것이 경색된 부동산 시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위험하다

금융규제를 푼다고 해서 당장 거래가 살아나기 힘들고, 오히려 가계 부채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강하다.

구동모 경북대 교수(경영학과)는 "정부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DTI나 LTV는 국민 전체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만들어놓은 안전장치인데 이를 완화할 경우 오히려 거품을 더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 교수는 특히 "주택 가격이 올라가면 모르겠지만 현재 떨어지는 상황인데, 대출을 더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서 주택을 구입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DTI, LTV 규제 완화 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번 부동산 활성화 대책은 실효성이 없는 오히려 가계 부실화만 자극하는 독(毒)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명대 황석준 교수(경제금융학과)는 "대구경북처럼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어진 지역은 DTI나 LTV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지방이다. 따라서 현재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금융규제 때문이 아니라는 근거"라며 "결국 부동산 활성화와 별 관련이 없는 DTI나 LTV 등 주택금융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은 빠졌다

DTI, LTV 규제 완화 등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의 '7·22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지역의 미분양아파트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대책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주제에만 가닥을 잡고 있어 지방 부동산 부양책으로는 쓸모가 없다는 것.

화성산업 주정수 홍보팀장은 "22일 있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DTI, LTV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너무 실망스럽다"며 "사실 제일 큰 문제는 지방인데, 지방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경기 활성화 대책이 절실한 마당에서 왜 수도권만 겨냥한 대책에만 신경 쓰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진우 부동산 114 대구경북지사장은 "대구는 DTI나 LTV처럼 대출 제약 때문에 집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보다 시장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나 주택 초과 공급에 따른 신규 수요가 없어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DTI나 LTV를 아무리 풀어도 대구 부동산 시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또 "지역 부동산 시장으로 봤을 때는 정부가 내놓을 뾰족한 해법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지방 시장에 대해서는 1가구 1주택, 세제 완화 등 모든 부분을 다 풀어주고 이후 문제가 되는 부분만 다시 묶는 식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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