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미국 번영의 상징이었던 메릴린치 공개 매각, 세계 200대 기업으로 선정됐던 베어스턴스의 붕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업은행이었던 워싱턴 뮤추얼 은행의 위기….
위대했던 기업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몰락했을까. 지은이 짐 콜린스는 전 세계 기업 역사 6천 년을 5년간 조사하고 분석해 아무리 강한 기업이라도 찰나의 순간에 휘청거릴 수 있고 몰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기업의 몰락 과정을 5단계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기업의 성공이 아니라 몰락에 주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지은이는 "몰락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CEO들이 자신의 기업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몰락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몰락의 1단계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다. 1단계에서는 성공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 거만해지고 진정한 성공의 근본요인을 잊기 시작한다. 성공에는 운과 기회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경우가 많음에도 자기능력과 장점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자만심이 생기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2단계는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다. 1단계에서 생겨난 자만심 때문에 원칙 없이 욕심을 더 내기 십상이다. 더 큰 규모, 더 높은 성장, 더 많은 찬사 등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추구한다. 자기통제와 규율 없이 더욱 위대해지기 위해 성장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3단계는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다. 3단계에 들어서면 내부 경고가 증가하지만 외부 성과가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에 걱정되는 징후에 대한 우려를 날려버린다.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일시적이라든지, 사이클이라든지, 그다지 나쁜 정도는 아니라든지 하는 식으로 치부한다. 3단계를 거치면서 위험과 위기는 누적되고 누가 보기에도 기업의 가파른 하락세가 뚜렷해 보인다.
4단계는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다. 이때 흔히 등장하는 '구원투수'는 비전과 카리스마가 있다. 그는 과감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전략, 급격한 전환, 드라마틱한 문화적 변혁, 공전의 히트를 칠 제품, 판을 뒤집을 합병, 사태를 한 방에 해결할 묘안을 추구한다. 이러한 극약 처방은 초기에 긍정적인 결과를 내는 듯 보이지만 지속되지 못한다.
5단계는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다. 거듭된 차질과 실책으로 재무적 강점이 침식되기 시작해 리더들은 위대한 미래를 건설하려는 모든 희망을 버리기에 이른다. 어떤 경우에는 경영진이 퇴출되고 어떤 경우에는 조직이 심하게 위축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완전히 생명이 끝난다.
지은이는 '기업은 위대해지는 과정보다 몰락하는 길이 더 다양하다'고 말한다. 기업의 몰락 과정이 반드시 이 책에서 제시하는 5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니며, 한두 단계 다른 과정을 거쳐 몰락할 수도 있다. 또 어떤 기업은 각 단계를 빠르게 거치고, 어떤 기업은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거치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에 빠진 기업이 모두 망하는 것은 아니다. 지은이는 "4단계에서도 회복하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있다. 그러나 5단계까지 떨어지고 나면 살아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기업의 건강성은 곧 '사람'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직원들과 회사가 핵심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하며 '개인의 본래 성향이 회사의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을 뽑아 그 성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기업이 직원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이미 실패한 것이다. 적임자를 뽑는 것이 우선이고, 적임자를 뽑았다면 관리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쓸 게 아니라, 동기를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동기를 발견하고 학습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열정이 없는 곳에서 위대함은 생겨나지 않으며, 적합한 사람은 뛰어난 열정을 발휘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부록'을 통해 '몰락의 위기'에서 벗어난 몇 가지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사람의 가치'와 '훈련' '신념' 등을 들고 있다. 몰락 과정에 주목하는 만큼 몰락 회복 과정에 관해서는 짧게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 짐 콜린스는 1958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태어나 스탠포드 대학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휴렛팩커드(HP)와 매킨지에서 근무했고,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이며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263쪽, 1만3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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