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

에두아르 로네 지음/권지현 옮김/궁리 펴냄

'죽음', '자살'은 어둡고 슬픈 단어지만 이 책 제목에서는 어딘가 해학과 풍자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법의학이 밝혀낸 엉뚱하고 기막힌 살인과 자살'이라는 부제도 다분히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펼치면 죽음에 관한 익살스럽고 기발한 기술이 지면을 채운다.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데 지은이는 거침없이 죽음을 이야기한다.

주로 세계 각 국의 법의학학회 보고서에 나타난 죽음들을 지은이의 입담으로 버무려냈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학회 보고서에 실릴 정도로 특이하고 엉뚱한 죽음의 형태들이 등장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법의학자들의 무뚝뚝하고 건조한 표현도 눈에 띈다. 그들은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죽음에 대해서도 '특이한 죽음'이라는 표현으로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는데 그 로봇같은 기술이 우습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오리 사냥을 나간 미국의 한 사냥꾼이 사냥개가 건드린 총기의 총알이 발사돼 숨진 사고는 '새로운 종류의 사냥 사고:사냥개에 의한 총기 발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죽음의 양상을 재미있게 쓴 책이지만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지은이는 프랑스의 과학 전문 기자 출신으로 현재 과학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180쪽, 9천800원.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