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풍기 질식사' 한국만의 미신?

여름마다 희생자 발생 위키피디앙 등록돼…외국선 "의학근거 없다"

19일 대구 서구의 한 원룸에서 선풍기를 켜고 잠자던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K씨가 창문과 출입문을 꼭 닫은 채로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잠자다 질식사 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매년 여름철이면 '선풍기 질식사' 가 뉴스를 탄다. 그러나 외국서 선풍기 질식사는 허황된 얘기로 통한다. 선풍기 질식사는 의학적 근거가 없으며 심지어 한국에만 존재하는 미신이라고도 한다. 선풍기 질식사는 과연 진실일까?.

◆Fan death(선풍기 질식사는 미신)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선풍기 사망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세계적인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인 페이스북에는 '선풍기 사망을 믿지 않는 사람들(People who don't believe in fan death)'이라는 클럽이 개설돼 있다. '죄 없는 선풍기를 비난하지 말라'는 문구가 클럽의 개설의도를 대변한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영문판에는 선풍기 질식사를 'Fan death'라고 등록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선풍기 사망은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다. 한국산 선풍기에 시간 설정 기능이 있는 이유도 선풍기를 튼 채 잠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실험을 감행하는 괴짜들이 있다. 토니 월 씨는 지난 2009년 여름 그의 목숨을 담보로 실험을 했다. 그는 방 창문과 출입문을 모두 닫았다. 그리고는 선풍기를 틀어 바람을 자신에게 고정시켜 8시간 동안 잠을 잤다. 멀쩡했다. 토니 씨는 "만약에 선풍기를 틀고 자지 않았다면 나는 더워서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의학자들도 선풍기 질식사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0년 법의관 경력의 권법의학연구소 권일훈 소장은 "법의학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경우"라며 "생활주변에서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 주택에서 창을 닫고 선풍기를 튼다고 해서 실내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말했다. 실제 선풍기 바람이 산소 부족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없다.

대구에서 40대 남성이 선풍기에 질식사했다는 경찰 발표에 대해서는 권 소장은 "그 남성의 경우 2년 전 술을 끊어야 할 만큼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사인중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가설

선풍기 죽음의 원인은 질식사가 아니라 저체온증이란 이야기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잘라 말한다.

저체온증은 체내온도가 3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사망에 이르려면 체온이 28도에서 27도까지 내려가야 한다. 권 소장은 "선풍기 바람이 체온을 27도까지 낮추지는 않는다"며 "저체온증은 겨울에도 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선풍기 바람에 의한 호흡곤란이 죽음으로 내몬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강한 바람을 지속적으로 쐬면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사람은 자연적으로 몸을 돌리게 돼 이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권 박사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환자의 경우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선풍기 바람 때문에 호흡곤란이 생기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선풍기가 아니라 사망자 개인의 건강상태에 달려있다는 얘기가 된다. 선풍기 질식사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황수영 인턴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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