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직 더 빼 먹을것 있다" 유통 공룡들 대구공략 계속

[동반성장이 미래다] 판매시설 과잉

대구 유통업계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15일 율하지구에 롯데쇼핑프라자가 개점하면서 기존 백화점·아울렛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대구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내 롯데의 라이프스타일센터(가칭)와 중구 계산동 현대백화점 개점까지 예정돼 있어 유통업계의 한판 혈전이 벌어질 태세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가뜩이나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꼴찌를 기록하는 등 생산기반이 전무한 상황에서 판매시설만 자꾸 늘어나 지역 경제의 건전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구는 매력적인 먹잇감?

현대백화점이 내년 8월 개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대구 진출 계획을 언급했다. 시기를 정하진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대구에 진출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이로써 대구에는 국내 '빅3' 유통업체들이 모두 들어오게 되는 셈이 됐다.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향토기업인 대구백화점이다. 동아백화점까지 지난 3월 이랜드리테일에 인수되면서 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지역의 백화점이라고 이름 붙은 형태의 점포는 모두 6곳으로 내년 현대까지 가세하면 모두 7곳이 되지만 최근 급격하게 대형화하고 있는 유통업계의 추세에 비춰 '백화점다운 백화점'을 따졌을 때는 정작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대백프라자와 롯데 대구점, 현대백화점, 동아쇼핑점 등 4곳만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출만한 백화점으로 손꼽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대구가 백화점 포화상태라고는 하지만 워낙 소비성향이 강한 도시이다보니 여전히 투자할 매력이 있는 도시로 손꼽힌다"며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백화점의 매출로도 증명이 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전국 29개 점포 중 매출이 상위 6, 7위를 차지한다. 1~5위가 대부분 서울 매장인 것을 감안하면 지방 매장 중에서는 부산 다음으로 손꼽히는 효자 매장이다. 그만큼 소비 파워가 큰 도시라는 의미다.

연간 1억원 이상을 구매하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의 수도 뒤지지 않는 편이다.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 하지만 VIP까지 그 개념을 확장한다면 매출의 20~25%를 차지할 정도로 그 수와 구매력이 강한 편이다.

김상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구는 소비의 양극화가 심한 도시"라며 "통계에서 보이는 지역내총생산과 지출은 늘 꼴찌를 맴돌지만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고소득자들의 구매력이 굉장히 강하다보니 유통업계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소비 도시로 손꼽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렛, 지하매장, 대형마트도 포화상태

백화점을 제외하고서라도 대구의 쇼핑시설은 과잉 상황이다. 현재 롯데쇼핑프라자의 개점으로 지역 아울렛 매장은 모두 10개로 늘어나면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

현재 영업 중인 9개 지역 아울렛 매장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에서 유통 공룡인 롯데의 아울렛 진출은 지역 유통업계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게다가 모습을 드러낸 롯데아울렛이 마치 백화점을 방불케하는 MD(매장구성)와 실내 인테리어를 선보이자 지역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의 지하 상권도 포화상태다. 현재 대구의 지하상가는 모두 7곳. 이 중 매장이 꽉 들어찬 곳은 중구 동성로 대현프리몰뿐이다. 북성로 대구역지하상가와 대신동 대신지하상가 등은 문을 연 지 20년 이상 되면서 시류에 발맞추지 못해 고전하다 얼마전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고, 중구 메트로센터는 분양이 시작된 지 벌써 5년째 접어들었지만 전체 점포 403개 가운데 330개만 분양돼 빈 점포가 40개에 이른다. 달서구 두류1번가 역시 285개 점포 중 분양된 곳이 60%에 그치고 100개가 넘는 점포가 텅 비어 있는 상태며, 수성구 범어네거리 지하상가도 공사가 마무리된 지 몇 달 만에 겨우 위탁사업자를 찾았다.

대형마트도 이제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올 초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최근 발간한 월간 도소매전문지 '리테일매거진'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올 연말 대형마트 점포 수가 유통업계의 '포화상태' 예측치인 450개에 근접한 435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지난해 연말 기준 대구의 대형 마트는 모두 17곳으로 이마트가 8곳으로 가장 많고, 홈플러스 7곳 등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대구의 판매시설 증가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소비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심화시키고 지역경제를 고사시킨다는 점에서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 문제. 변변한 산업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쇼핑 시설만 줄줄이 들어서 소비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최소한의 고용만을 유지한 채 지역의 자금을 싹쓸이해 가져가는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지역 진출시 최소한의 '지역기여'를 요구해야 하지만 정작 역할을 해야 할 대구시는 손을 놓고 있다. 한 지역 업체 사장은 "이랜드나 롯데의 신규 진출시 대구시가 앞장서서 일정 비율 이상의 지역 인력 고용을 강제하고, 지역 기업 제품의 판로 마련 등을 요구하고 협상에 나서야 하지만 대구시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고 푸념했다.

대기업 판매시설의 등장으로 피해를 입는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지역의 자영업자 비중이 3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거대 유통 공룡에 의해 짓밟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문제를 손놓고 보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일인 것이다.

김상현 교수는 "전통시장 활성화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쓰러져 가는 골목상권을 회복시키는데도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중견 유통기업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통해 지역 경제를 건강하게 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자문단(가나다 순)

김상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김영철 계명대 경제학과 교수

김형기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안재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이재훈 영남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이한구 한나라당 국회의원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조진형 지방분권운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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