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튜닝] 나만의 스타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죠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튜닝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자신의 물건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변형하는 튜닝의 대상도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 휴대폰, MP3플레이어, 의류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됐다. 튜닝은 이제 젊은이들 사이에 하나의 문화이자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방위로 확산한 튜닝에 대해 알아봤다.

◆탈것 튜닝

대학교 3학년 여영민(21) 씨는 '픽시'(Fixie)라는 자전거를 자기 스타일에 맞게 튜닝했다. 픽시는 픽스트 기어(fixed gear)의 줄임말로 바퀴와 체인이 고정된 싱글기어 자전거. 2, 3년 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여 씨는 원래 검은색으로 출시된 제품을 실버로 교체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전거 값 외에 250만원가량을 사용했다. 여 씨는 "과거에는 MTB나 미니벨로 등을 많이 탔는데 요즘은 또래 사이에 픽시를 타는 추세"라며 "평소 실버를 좋아하는데 자전거도 실버로 꾸밈으로써 나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지하철 등을 타면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신기해하는 시선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픽시 전문업체 고기어의 직원 박상용(26) 씨는 "픽시를 자신만의 화려한 색상으로 바꾸는 것이 요즘 하나의 패션이자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전거 붐이 일어나면서 '자전거 튜닝족'이 급격히 늘고 있다. 자전거를 좀 더 성능 좋게 꾸미고 좀 더 가볍고 개성 있게 만들기 위해 아낌없이 정성과 비용을 들이는 것. 픽시뿐 아니라 MTB나 미니벨로 자전거도 튜닝하는 이들이 많다. 주로 핸들바나 림, 서스펜션 등을 자신이 원하는 부품으로 교환해 장착한다.

바이크드림 서변점 정재우 사장은 "요즘은 튜닝 관련 온라인카페도 많아 그곳을 통해 정보를 갖고 찾아온다. 몇몇 튜닝족은 1천만원 가까이 들여 자전거 전체를 튜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스쿠터도 예외는 아니다. 직장인 이영욱(28) 씨는 125㏄ 스쿠터를 구입, 대대적인 튜닝을 했다. 카울(껍데기)과 핸들, 머플러, 도색 등 꾸밀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새롭게 바꿨다. 튜닝 비용만 300만원 정도 투자했다. 이 씨는 "튜닝용품들이 예쁜 게 많고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어서 남들과 다른 바이크를 타고 싶었다"며 "일반 스쿠터를 타다 싫증이 나면 튜닝을 통해 마치 새 스쿠터처럼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스쿠터 가격보다 더 많은 비용을 튜닝에 쏟아붓는 경우도 적잖다.

◆IT 튜닝

IT 튜닝의 대표격은 휴대폰과 PC다. 휴대폰 튜닝의 경우 동일 색상으로 구성된 키패드 부분을 다양한 색상의 LED로 교체하는 키패드 튜닝이나 휴대폰 색깔을 자신이 원하는 원색이나 두 가지 이상의 색깔로 바꾸는 도색, 장식용 큐빅을 박아넣고 빛이 나게 하는 큐빅라이팅 등 다양하다. 보통 비용은 2만~5만원이다. 이 같은 휴대폰 튜닝은 20대뿐 아니라 10대인 청소년층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스마트폰을 튜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아이폰의 경우 검은색인 패널을 눈에 띄는 원색으로 바꾸거나 실버톤의 테를 금색으로 바꾸는 튜닝이 성행한다. 패널과 테를 모두 튜닝하려면 보통 10만원 정도 필요하다. 아이폰팩토리 대구점 관계자는 "아이폰 자체의 색상이 단조롭다 보니 싫증난다 싶으면 튜닝을 통해 새 폰 느낌을 내려고 한다. 튜닝으로 인해 수신율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튜닝이 유행처럼 여겨져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PC 튜닝은 IT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PC 튜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해 지금은 다양한 형태로 튜닝이 이뤄지고 있는 것. PC 튜닝을 수시로 한다는 대학생 박성억(24) 씨는 "처음에는 오래된 PC 디자인에 싫증이 나서 케이스 정도 바꾸는 튜닝을 했다가 점차 컴퓨터 지식이 늘면서 CPU와 쿨러, 그래픽카드 등 부품에 관심을 가져 내부도 다른 부품으로 바꾸게 된다"고 말했다. 박 씨는 "튜닝도 한번 하면 계속 하는 중독성이 있다. 멋쟁이들이 끊임없이 패션에 변화를 주는 것과 같이 새로운 튜닝방법을 계속 실험한다"고 했다.

◆전방위로 확산

튜닝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불릴 정도로 일반에 퍼졌고 그 범위도 한정이 없다. 최근에는 MP3 플레이어나 디지털카메라 등 소형 전자제품은 물론 의류나 신발 등 생활 전반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튜닝과 관련해 톡톡 튀는 시장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는 MP3 플레이어 모듈과 스피커, 케이스 등 부품만 제공하고 소비자가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휴대폰이나 디카, MP3 플레이어 등 자신이 갖고 있는 기기를 선택한 뒤 개인 사진이나 직접 디자인한 그림을 등록하면 기기에 맞게 '스킨'해 주는 사이트도 생겨났다. 의류 등 패션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문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그림이나 소비자가 원하는 그림, 사진을 이용해 의류 튜닝을 해주거나 운동화'스니커즈에 그림을 그리거나 장식해 주는 업체들도 있다.

튜닝 문화의 확산은 개성을 중시하면서 자기 표현 욕구가 점차 강해진 데서 나타난 현상이다. 개인의 과시욕도 적잖게 작용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습득이 수월해진 것도 튜닝 문화를 뒷받침하는 토대가 됐다. 박성억 씨는 "보통 튜닝을 한다고 하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충분하게 정보를 얻고 더 나아가 준 전문가 수준이 된다. 과거에 전문가들만 다루었던 특정 정보들도 인터넷을 통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습득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더 이상 소비자가 수동적인 자세에 머물지 않고 생산자 기능도 담당하는 프로슈머가 되면서 'DIY'(Do It Yourself) 문화가 발전한 것도 튜닝 문화 확산의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진다.

♣튜닝의 원조, 자동차 튜닝-2015년 시장규모 5조원대 예측

튜닝은 자동차가 원조이자 대표주자다. 튜닝이 전방위로 확산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 튜닝이 역사만큼이나 가장 활발하다. 국내에서 자동차 튜닝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1990년대 초 한국의 첫 스포츠카 형태인 '스쿠프'의 출시를 계기로 시작된 이후 자동차 튜닝은 급속도로 늘어나 지금은 외제차도 튜닝이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의 규모는 1천500억원대로 급성장했지만 인구와 차량 대수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일본의 경우 튜닝 산업 규모가 이미 20조원을 넘어섰으며 BMW와 아우디, 도요타 등은 별도의 튜닝 전문회사를 세워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모터쇼와 오토살롱, 레이싱 대회 등을 통해 튜닝 문화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튜닝산업 성장은 희망적이다. 매년 튜닝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현대 등 대기업에서 튜닝시장에 뛰어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10월에는 'F1 그랑프리'도 열린다. 자동차업계는 2015년쯤 국내 튜닝시장이 5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튜닝은 크게 메커니즘(퍼포먼스) 튜닝과 드레스업 튜닝으로 나뉜다. 메커니즘 튜닝은 엔진 출력이나 브레이크, 조향 장치 등을 바꿔 운전자가 원하는 성능을 구현하는 튜닝이다. 반면 드레스업 튜닝은 선루프, 스포일러 등을 달거나 내부 인테리어, 깜박이 등을 교체해 모양과 편의성을 개선하는 튜닝을 말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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