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골목이 시작되는 염매시장 입구 맞은편 모퉁이에서 차 전문 가게인 '홍백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화숙(79'사진) 씨는 종로골목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80년 가까이 이 골목과 부침을 함께하고 지켜본 터줏대감이자 산 역사다. 변변한 다기점 하나 없던 20년 전 일찌감치 인근 동아쇼핑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올 정도로 종로사랑이 남다르다.
"처녀 때 중국인한테 시집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50, 60년대 이 골목 화교들의 위세는 대단했지요. 70, 80년대 가구골목이 전성기를 누릴 때는 가구점 주인들이 예비 신랑신부들 덕에 잘 먹고 잘 산다고 할 정도로 번성했지요."
오랫동안 잘 나갔지만 시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구점이 하나둘 떠나고 몇 년 되지 않아 골목 자체가 잊혀져 갔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로로 택배를 보내면 서울로 가는 경우가 다반사였지요."
이 씨는 요즘 종로골목을 보노라면 다시 회춘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죽었던 거리가 살아나고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 다기점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찾은 종로골목에서 골동품, 다식, 전통옷, 떡, 야생화 등 관련 산업까지 활성화되자 마치 자손을 보는 듯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나 종로의 부침을 몸소 겪어봤기에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있다. 특히 최근 중구청에서 벌이고 있는 전통문화거리 만들기 사업이 탐탁지만은 않다.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든다고 도로 폭을 크게 줄이고 중간중간에 가로수를 심으면 오히려 교통혼잡을 부추겨 거리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무분별한 주차단속이 종로골목을 죽이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격한 표현도 했다. "다기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무거운 물건을 옮기기위해 자가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형 주차장 건립 등 접근성을 높이는 부분도 충분히 고려됐으면 합니다."
최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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