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여름철 보양식

여름철 대표 보양식 '보신탕'과 '삼계탕', 차가워진 속 데우는 데 최고

무더위를 견디기 위한 방안으로 사람들은 보양식을 많이 찾는다. 덥거나 땀이 많이 난다고 찬 음료를 많이 마시면 체내 조절기능이 떨어져 기(氣)를 많이 상하게 된다. 땀을 과도하게 흘리면 진액을 부족하게 만든다. 식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몸의 저항력이 떨어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식중독이나 각종 전염병에 걸리기가 쉽다. 우리 선조들이 여름철을 무사히 나기 위해 선택한 것은 보양식이었다. 대표적인 음식이 '보신탕'과 '삼계탕'이다.

예로부터 개는 인간에게 충직하고 친밀한 관계로 집집마다 가족의 일원처럼 많이 길렀다. 한때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비판하는 외국인들의 공격으로 인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요즘은 삼복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붐비는 보신탕집을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1천500여 년 전의 '명의별록'(名醫別錄)을 보면 '개고기는 따뜻한 성질로 인해 양기(陽氣)를 강화하여,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하고 몸이 허한(虛寒)한 것을 따뜻하게 해 주며, 하초(下焦)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비뇨생식기능과 하체의 기운이 허약한 증상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개가 얼마나 오래 전부터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개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고단백질 식품으로 소화흡수가 빨라 질병 후 회복 목적으로 민간에서 많이 애용해왔다.

닭고기에 인삼을 넣어 끓인 삼계탕(사진)은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고 누구나 선호하는 음식으로, 차가워진 속을 데우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최고라고 생각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닭고기는 맛이 달고 따뜻한 성질이 있으며, 소화기가 허약하여 식욕이 부진하거나 설사하는 증상을 치료하고, 비뇨생식기능을 좋게 하며, 보양(補陽)시키는 효능이 있어 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인삼은 따뜻한 성질이 있으며 기운을 보하고 진액을 생기게 하며, 소화기와 호흡기의 기능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어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탈수, 해수, 천식 등의 증상에 효과가 있다.

여름철에는 외부의 높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함께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부 근처에 다른 계절보다 20~30% 많은 혈액이 모이게 된다. 상대적으로 체내의 위장과 근육에서는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체내 온도는 떨어진다. 날씨가 덥다고 찬 음식을 많이 먹다 보면 뱃속은 더 차가워진다. 배탈이 나기 쉽고, 영양 섭취가 떨어져 양기 자체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삼복 더위에 보양식을 먹는 이유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아니라 냉해진 속을 따뜻하게 할 목적이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영양학적으로 보신탕과 삼계탕은 단백질이 풍부하며 따뜻한 성질을 지닌 식품으로 때에 맞춰 먹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사시사철 보양식을 즐겨 영양 과잉상태가 되고, 양(陽)적인 기운이 많아져 몸에 열이 발생하는 음양부조화 상태가 된다. 과한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했으니 보양식 마니아들은 절제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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