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삶] 30년 색소폰 인생 강병구씨

"담백한 음색의 달밤 선율은 심금 울리죠"

"색소폰은 음정이 불안정하지만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악기죠. 트럼펫이나 트럼본 같은 금관악기와 달리 부드럽고 담백한 음색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달밤에 색소폰 선율을 들으면 우리의 심금을 살살 울리죠."

30년 넘게 색소폰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아 온 강병구(49) 씨. 그는 색소폰을 불고 있는 동안 만큼은 세상 근심이 사라지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색소폰은 안에 있는 숨을 힘껏 내뿜어야 소리가 나기때문에 소리를 내지르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어요. 목청껏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처럼 색소폰 연주를 하고 나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가게 되죠. 색소폰은 또 독주 악기이기 때문에 연주자를 폼나게 만들어 주는 멋도 있어요."

그는 전국 규모 색소폰 동호회인 '색소피아' 회원들을 이끌고 있는 초대 대구지역장이다. 작년 5월 결성된 색소피아는 대구 8개 구·군 지부를 두고 회원이 800명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1만4천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작년 5월 팔공산에서 동호인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1박 2일에 걸쳐 전국 단위 첫 연주대회도 열었다.

"사실 색소피아는 경북 경산 색소폰 동호인들이 주도해 전국 규모로 결성했죠. 지금 서울·경기 다음으로 대구가 회원이 가장 많을 만큼 대구 사람들이 색소폰을 즐겨요."

현재 그는 색소피아 대구지역장이면서 달성군지회 소속 '색소폰 마운틴'의 단장을 맡고 있다. 대구지회 중 가장 활발한 동호회다. 달성문화원 충효문화교실 색소폰 수강생들로 모인 이 동호회는 2006년 결성된 후 공무원·직장인·사업가 등 40대 이상의 중년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정기연주회도 3회 가졌고 비슬산참꽃축제·장애인축제·라이온스클럽 초청 연주를 비롯한 한여름밤의 작은 음악회와 거리음악회도 잇따라 여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색소피아 대구·경북 회원 200여 명이 대구 동구 신기동에서 클럽을 빌려 합동연주회를 연데 이어 오는 24일에는 청도 운문사 계곡에서 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 5개 지역 합동연주회를 연다.

"보다 품격 높은 연주회를 위해 2월에 회원 20명으로 '크리스찬 색소폰 앙상블'을 결성했어요. 매주 목요일 연습을 하고 있는데 10월 부산에서 초청공연이 있고, 12월에는 대구서 연주회를 열 계획입니다"

경북 영주가 고향인 그는 부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악기와 인연을 맺었다.

"중학교때 악기점 앞에만 지나가면 악기가 갖고 싶어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섰어요. 당시 50만원 하던 플루트을 사달라고 아버지한테 졸라댔죠. 아버지한테 얼마나 호통을 맞았는지 지금도 생생해요."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밴드부에 가입해 색소폰을 불면서 본격적인 음악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인생은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영남대 교육대학원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5년간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이 좋아 학교를 그만둔 후 한때 부산크리스찬앙상블을 운영하기도 했다. 제조업을 하던 매제의 권유로 2002년 대구로 올라와 하청 인쇄업도 8년간 했었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듯 음악인은 음악을 하며 살아야지요. 사업은 체질이 아닌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가니 다시 음악이 생각나 사업도 접었죠"

3월부터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색소폰을 주축으로 하고 드럼·콘드라베이스·피아노·신저싸이저로 구성된 고급합주단을 결성하는게 꿈이다.현재 멤버들을 모으고 있는 중인데 악보도 준비단계에 있다고 했다.

그는 40대 이상 중년 이라면 색소폰과 한번 친구가 돼보라고 권장한다. 색소폰 악기 중 알토색소폰은 배우기 쉬워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나 불수 있다고 했다. 나이가 먹으면 친구가 귀해지듯 색소폰이라는 벗을 만나면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살수 있고 즐거움은 덤이라고 말을 맺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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