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범 1년 대구문화재단 '기대이하'

사업노력·기금조성 성과 미흡…대구시 업무분담 않고 예산 집행 지연

대구문화재단이 29일 설립 1주년을 맞지만 대구시가 당초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분담해주지 않는 데다 대구문화재단 역시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비판의 목소리에 시달리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문화도시 대구'를 표방하기 위한 첫 작품으로 '대구문화재단 설립'을 공약했다. 시장에 당선되자 지난해 7월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잉여금 185억원을 종잣돈으로 재단을 설립했고 김순규 전 문화부 차관을 재단 대표로 영입했다.

이와 함께 대구시는 '재단 설립 운영계획'에서 문화 '하드웨어'는 시가 담당하고 문화예술진흥·지원 시스템 개발, 문화예술행사·시설 위탁 운영,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영·확충 등 '소프트웨어'는 재단이 담당하도록 업무를 분담했다.

하지만 재단 설립 1년이 흐른 지금 시는 '재단 설립 운영계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실제 시가 재단에 넘겨준 '소프트웨어'는 재단 설립 전 시가 해오던 문화예술 진흥·지원 사업이 유일하다시피하다. 문화예술행사·시설 위탁은 여전히 계획만 있고 그나마 올해 넘겨준 대구컬러풀페스티벌도 별도 기획단에서 총괄하며 재단이 하는 일은 '회계 감사'뿐이다.

또 대구의 대표적인 도시문화마케팅사업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과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재단의 '틀 안'에서 이들 국제 축제를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이들 축제는 시의 정책 배려 하에 독자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같은 실정에 대해 지역 문화계 일각에서는 대구시가 대구문화재단을 하부 기관 대하듯 하는 '상전' 의식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재단이 독자적으로 중앙정부로부터 도시문화브랜드사업 예산 3억원을 받았지만 시는 아직 예산 3억원을 재단에 주지 않아 도시문화브랜드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대권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은 "시가 하드웨어, 재단이 소프트웨어를 분담하는 정책 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재단 스스로의 문화예술사업 노력이 미미한게 더 문제"라고 했다.

문화재단 역시 유일한 자체 기획사업인 '왈츠로 행복한 도시' 등 문화브랜드 10대 사업의 경우 내부에서조차 문화도시 대구의 정체성과는 동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년 동안 확충한 기금도 겨우 1억1천만원으로, 이중 1억원은 금융기관으로부터 기금예치 보답으로 받은 기부금 성격이어서 순수 유치 기금은 1천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6월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10기업 1문화도시운동' 설명회도 가졌으나 확보 기금은 '0원'이다.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는 "시는 알아서 하라 하고 기금 확충과 중앙 예산 확보도 제대로 안돼 3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시와 재단의 동상이몽이 재단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이 타 시도의 몇 몇 문화재단이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한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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