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중고차상사 난립…올 연말 500곳 예상

올 연말까지 대구 시내 중고차매매업체가 최대 500여 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난립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뜨내기 업체가 난립하면서 각종 불법 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폐업 등으로 인한 지방세 체납 등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업계에서는 중고차매매업의 진입 문턱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법적인 제재 수단이 미비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난립하는 중고차 상사

대구의 중고차매매업체 수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이다. 대구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대구의 중고차매매업체는 지난해 말 현재 333곳으로 전국에서 경기도(798곳)와 서울(487곳)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중고차매매업체는 증가 추세다. 대구의 업체 수는 2007년 282곳에서 2008년 307곳, 지난해 333곳 등으로 2년 만에 18%가 늘어났다. 이에 비해 인구가 350만 명 수준인 부산의 경우 2007년 179곳에서 지난해 184곳으로 3곳이 늘어나는 데 그쳤고, 인구 규모가 비슷한 인천은 같은 기간 200곳에서 193곳으로 오히려 4곳이 줄었다.

업체 수가 늘면서 업체당 중고차 판매 대수도 줄어들고 있다. 대구는 2007년 업체당 273대를 팔았지만 지난해에는 9%가 줄어든 24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중고차매매업체는 올 연말까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9월과 10월 기업형 중고차단지인 M월드(서구 이현동)와 오토월드(북구 노원동)이 문을 열 예정이기 때문이다. 두 단지에 입주업체가 각각 80여 개와 40여 개인 점을 감안하면 중고차매매업체수는 450여 곳으로 서울(487곳)에 육박한다. 또 동구 각산동 옛 신라섬유 자리에도 30~40개 업체가 입주하는 매매단지가 생길 예정이어서 이른 시일 내에 인구 1천만 명의 서울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유독 대구에만 늘어나는 이유는?

대구에 자동차매매업체가 늘어나는 이유는 전국으로 사통팔달 뚫린 편리한 도로망 덕분이다. 고속도로와 인접한 달서구와 동구에 유독 자동차매매업체가 몰려있는 점도 그 때문이다. 달서구의 경우 인근 합천, 거창은 물론 마산·창원·진해 등 경남 지역까지 영업권역이 이어지고, 동구는 경산, 영천, 경주, 포항, 울진 등 경북지역 고객까지 찾는다는 것. 또한 소금기에 약한 차량 특성상 바다와 접한 도시보다는 내륙 지방의 중고차가 더 각광받는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지역 경기와도 맞물려 있다. 진입 문턱이 낮은데다 판매 마진이 높다는 이유로 취업을 포기한 젊은세대의 유입이 많다는 것. 자동차매매업의 경우 660㎡의 자동차 전용시설과 사무실만 있으면 등록이 가능하고, 5천만원 정도의 초기 투자비용만 들이면 차를 매입해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또 경기 침체로 폐업하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저렴한 공장부지를 자동차매매상사가 차지하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중고차는 현금 위주인데다 일부 인기 차종에만 거래가 집중되기 때문에 인기 차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판매가 극도의 부진에 빠진다. 매입한 차량에 돈이 묶이면 자금 부족으로 다른 차량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폐업 수순을 밟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업계에서는 중고차매매업체의 평균 수명이 3~5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작용 뻔하지만 대구시는 팔짱

업계는 중고차매매업체가 난립할 경우 과열 경쟁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에서 뒤처진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 주행거리 조작이나 허위 성능점검 등 불법거래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

또 1, 2년 간격으로 폐업과 등록을 반복하며 무적차량을 팔거나 지방세를 체납하는 악성 업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에서 중고차매매업체가 가장 많은 달서구의 경우 1천만원 이상 고액체납자 153명 가운데 중고차매매업자는 16명으로 체납건수는 5천810건, 금액은 9억7천100만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중고차매매업체의 총량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강릉이나 충북 청원군, 제주도처럼 차량 4천대당 1개 업체만 신규 등록을 하도록 해야한다는 것. 또 현행 '연면적 660㎡ 전용시설과 사무실'로 된 등록 기준을 990㎡ 이상으로 강화해 달라는 요구다. 대구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종사자 1천5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대구시에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최육식 조합 이사장은 "대구는 경기침체가 가장 심각한 도시임에도 중고차 매매의 무분별한 등록으로 기존 업체들의 어려움이 크다"며 "신규 등록을 제한할 경우 업계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자동차관리법 상 명확하게 제한한 규정이 없어 당장 신규 등록 제한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업체 난립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돼 국토해양부에 법 개정을 건의한 상태"라며 "설사 시 조례로 막더라도 신규 업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응할 방법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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