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덜 익었네요" 몰래 한입에 '쏙'…블루베리 농장 체험

입안 가득 퍼지는 오묘한 맛…포항 상옥리 선유마을 블루베리 농장 체험

블루베리 수확은 손이 많이 간다. 같은 가지에 맺힌 열매라도 익는 속도가 제각각이다 보니 하나하나 익은 것만 골라 따야 한다.
블루베리 수확은 손이 많이 간다. 같은 가지에 맺힌 열매라도 익는 속도가 제각각이다 보니 하나하나 익은 것만 골라 따야 한다.
수확한 블루베리는 상품성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분류해야 한다. 작거나 짓무른 것, 덜 익은 것은 판매하지 않고 잼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수확한 블루베리는 상품성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분류해야 한다. 작거나 짓무른 것, 덜 익은 것은 판매하지 않고 잼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포장은 1㎏ 단위로 한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스티로폼 상자에 아이스팩 하나를 깔고 그 위에 250g 또는 500g 단위로 블루베리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를 놓으면 된다.
포장은 1㎏ 단위로 한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스티로폼 상자에 아이스팩 하나를 깔고 그 위에 250g 또는 500g 단위로 블루베리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를 놓으면 된다.
오전에 수확해 포장한 블루베리는 곧바로 주문자에게 택배로 보내진다.
오전에 수확해 포장한 블루베리는 곧바로 주문자에게 택배로 보내진다.

시력 강화, 면역력 증진 등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요즘 사람들 사이에 황금 과일로 불리는 것이 있다. 바로 블루베리다. 블루베리는 여름 과일로 6월부터 8월까지 수확한다. 이번 주 기자는 여름철 건강 과일로 각광받고 있는 블루베리 수확을 체험하기로 했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포항시 죽장면 상옥리에 있는 선유마을 블루베리 농장. 농장 주인은 김두철(51) 씨는 대구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다 5년 전 귀농한 뒤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다.

농장을 찾아가는 것부터 하나의 체험이었다. 대구~포항고속도로 서포항 IC에서 내려 기계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7㎞쯤 달리다 기북 방면으로 접어들면 길이 좁아지고 오가는 차도 뜸해진다. 산으로 향한 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면 가파른 고갯길이 꼬불꼬불 이어진 성법재가 나타난다. 이리 꺾고 저리 꺾고 10분 이상 핸들과 씨름을 하면 선유마을 블루베리 표지가 서 있는 성법재 정상이다. 이정표를 따라 청송 방면으로 6㎞ 정도 더 달리면 아담한 단층 목조건물이 서 있는 농장이 나타난다.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도 대구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초행이라 길은 더 멀어 보이고 내비게이션이 없었으면 찾아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농장이 있는 상옥리는 물 맑고 공기 좋은 오지마을을 연상시킨다. 첩첩산중이라 밖에서 보면 마을이 들어설 만한 너른 분지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전쟁 당시 상옥리는 주요 피란처였다고 한다.

◆수확

6천611㎡(2천평) 농장에는 1천 그루의 블루베리가 있다. 블루베리 수확은 다른 작물에 비하면 쉽다. 보통 2m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서서 따면 된다. 허리를 굽히거나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없다. 반면 손은 많이 간다. 같은 가지에 맺힌 열매라도 익는 속도가 제각각이다 보니 하나하나 익은 것만 골라 따야 한다. 열매는 익으면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한다. 겉보기에는 검지만 뒤쪽을 살펴보면 붉은색이 남은 것이 있어 수확할 때 잘 살펴야 한다.

수확 작업은 비가 오지 않는 날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한다. 날씨가 무더워 한낮에 수확하면 열매가 쉽게 물러질 수 있고 사람도 일하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는 한낮에 수확체험을 했다.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도착한 시간이 한낮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농장에서 주는 모자를 쓰고 과수원으로 갔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더위에 조금만 움직여도 이내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내리쬐는 햇살은 뜨겁다 못해 따가웠다.

조심조심 익은 것만 골라 하나씩 따기 시작했다. 조금만 힘을 세게 주면 열매가 상하는 까닭에 신경이 쓰여 속도가 나지 않았다. 초보 일꾼에게는 뒤쪽까지 완전히 익은 것을 한눈에 골라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거다 싶어 따 보면 뒤쪽에 붉은색이 남아 있는 것이 많았다. 기자가 소걸음으로 블루베리를 수확할 때 옆에 있던 농장 주인은 한 움큼씩 따서 기자가 갖고 있던 바구니에 담아줬다.

수확하면서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따지 말아야 하는 것을 딴 경우에는 어김없이 입으로 쏙 들어갔다. 국내에 들어온 블루베리 품종은 300여 종. 이 농장에서는 8가지 품종을 키우고 있는데 품종마다 맛이 다르다.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먹을수록 군침을 돌게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한 입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향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함을 주는 것도 있다.

껍질째 먹는 블루베리는 버릴 것이 없다. 씨도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작아 그대로 삼키면 된다. 특히 상옥리는 포항시로부터 친환경특구로 지정돼 농약을 칠 수 없다. 그래서 수확을 핑계 삼아 블루베리 맛을 실컷 봤다.

◆선별

수확한 블루베리는 선별장에서 상품성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분류해야 한다. 선별도 일일이 손으로 한다. 선별하면서 상품성이 좋은 것은 250g, 500g 용량의 플라스틱 용기에 바로 담는다. 작거나 짓무른 것, 덜 익은 것은 따로 모아 잼을 만들거나 주스로 갈아 마신다.

선별도 일이 손에 익지 않은 기자에게는 더딘 작업이었다. 상처가 나지 않을까 염려돼 블루베리 더미를 조심조심 헤치며 깨작깨작 일을 하고 있는데 앞에서 일하는 분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골라냈다. 기자가 250g 플라스틱 용기 한 개를 채울 동안 옆에서는 서너 개를 채웠다.

◆포장

1㎏ 단위로 포장해 판매한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스티로폼 상자에 아이스팩 하나를 깔고 플라스틱 용기(250g은 4개, 500g은 2개)를 담으면 된다. 단순 노동이고 수확·선별 작업과 달리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없어 가장 빠르고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초보 일꾼에게는 생각하는 일보다 단순한 일이 더 어울린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플라스틱 용기를 담고 나면 상표를 붙이고 덮개 부분을 테이프로 감싸야 한다. 농장 주인이 테이핑 시범을 보여줬다. '쫙'하며 테이프를 펴서 부착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테이핑이 끝나 있었다. 하나 하는 데 1초도 안 걸리는 것 같았다. 기자가 테이핑 작업을 인수받아 해 보니 테이프를 똑바로 붙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줄도 맞지 않고 테이프도 고루 펴지지 않아 중간중간 접히는 부분이 많았다. 몇 번 해보니 요령이 생겼다. 끝을 잡고 과감하게 '쫙'하고 테이프를 당기는 것이 중요했다. 좀 익숙해지면 끝나는 것이 기자체험이다. 테이핑 작업도 마찬가지. 재미를 들이려는 순간 일이 끝났다.

오전에 수확해 포장한 블루베리는 바로 주문자에게 택배로 보내진다. 생물이라 당일 수확·배송이 원칙이다. 포장된 것을 작은 트럭에 싣는 일로 블루베리 수확체험은 마무리됐다. 무더운 날씨라 체험이 쉽지 않았지만 흔히 볼 수 없는 과일을 직접 수확하고 포장하는 일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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