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에 지친 아이들 '진짜 방학' 안겨주자

여름방학 어떻게 보낼까

방학 중 체험학습이나 여행은 지적학습에 중점을 두기보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정서적 감동을 맛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사진은 초등학생들의 농촌과 숲속 체험 모습.
방학 중 체험학습이나 여행은 지적학습에 중점을 두기보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정서적 감동을 맛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사진은 초등학생들의 농촌과 숲속 체험 모습.

학교가 방학을 시작했다. 학부모들 중에는 방학을 머리 아픈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녀들은 컴퓨터 게임이나 놀 궁리만 하니, 차라리 방학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이들 사정도 비슷하다. 부모님의 꾸중은 늘고, 놀고는 있지만 괜히 불안하다. 반대로 방학 중에도 공부에 시달리느라 지치는 학생도 많다.

방학을 지내고 나면 아이들은 많이 달라진다. 어떤 아이는 다양한 경험과 학습으로 훌쩍 성장해 있고, 어떤 아이는 방학 전보다 생활습관이나 학습에서 더 나빠져 있는 경우도 많다. 유용한 방학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일상에서 벗어나자

방학 중에도 학기 중과 꼭 같이 공부한다면 잘 보낸 것 같지만 잘못 보낸 것이다. 방학 중에는 우선 재미있게 노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신나게 놀지 않는 아이는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에너지가 넘치는 청소년들이 책상 앞에만 앉아 있기는 어렵다. 하루 한두 시간씩 땀을 흘리며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자. 부모들은 흔히 욕심이 넘쳐 박물관에 한번 가서도 온갖 공부를 다 시킨다. 부담 없이 가서 만져보고, 무엇인지 알아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돌아와서 거기와 관련한 정보를 찾아보도록 하자. 가기 전에 정보를 샅샅이 훑기보다 돌아온 후에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되새김질 하는 방법도 좋다.

박물관, 각종 전시관, 역사 유적지 등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밤하늘의 별을 잘 볼 수 있는 곳, 나무와 풀, 흙길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도 좋다. 여행에서까지 지적 학습을 고집할 게 아니라 정서적 감동에 중점을 두도록 하자. 자연을 체험하고, 자연 속에서 휴식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기회가 되도록 하자.

◇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

방학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에 좋은 때다. 부모가 맞벌이를 할 경우 어려움이 많지만 휴가 때만이라도 종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좋다. '함께하기' 위해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 '함께 한다'는 취지는 퇴색하고 '무엇을 수행하는 의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그냥 함께 있어도 좋고, 시장에 함께 가도 좋다. 부모의 생활을 자녀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 부모가 자영업을 한다면 방학 중에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의 일을 돕도록 하는 것도 의미 있다.

방학은 '집안 일은 곧 부모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기회의 시간이다. 신발정리, 자기 방 청소, 식탁 정리 등을 시켜야 한다. 자녀 역시 집안의 구성원이므로 집안 일 중에 자신의 몫이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문학으로 감성을 키우자

방학 중에는 학기 때보다 좀 더 두꺼운 책, 그림이 적은 책, 지금까지 읽었던 책보다 한 수준 높은 책에 도전하도록 하자. 한권 짜리 소설을 읽어 본 학생이라면 장편소설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학부모들은 흔히 과학, 수학, 평론, 곤충기, 지리, 역사 등 학업에 관련된 책을 선호한다. 그러나 방학중 만이라도 문학 작품을 읽도록 하는 편이 좋다. 머리의 좌뇌는 논리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 언어·셈 관련 분야를 담당한다. 이에 반해 우뇌는 시간과 공간적 사고, 예·체능 창의력을 요구하는 분야에 기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 공부는 좌뇌를 쓰는 데 집중돼 있다.

좌뇌와 우뇌의 균형 있고 조화로운 발달을 위해서 방학 중에는 감동을 줄 수 있는 문학작품을 읽어야 한다. 문학작품을 통해 웃고, 울고, 분노하고, 슬퍼해야 한다. 문학작품 속 줄거리와 내용, 구성 등 논리적인 부분은 좌뇌를 발달시키고, 정서적이고 감상적인 부분은 우뇌를 발달시킨다.

◇ 복습과 예습

학부모들은 흔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예습과 복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등학생일수록, 저학년일수록 복습과 예습이 중요하다. 초등학생, 그것도 저학년의 경우 '무엇을 안다, 모른다'는 사실에 따라 인성적인 측면까지 변하게 된다. 잘 아는 학생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잘 모르는 학생은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게 된다.

흔히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는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잘 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학습 그 자체의 연계성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의'자신감'에서도 상당 부분 기인한다. 성적이 부진한 초등학생이라면 방학 중에 복습에 치중해야 한다. 나아가 2학기에 배우게 될 학습 내용을 예습해보는 것도 좋다. 새 학기 수업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학교 생활이 훨씬 즐거워 질 수 있다.

◇느슨하면서 규칙적인 생활

방학 중에는 학기 중처럼 빡빡하게 지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상과 취침,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 방학이라고 시간을 마음대로 쓰게 하거나 반대로 부모가 시간표를 일일이 관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예컨대 매일 일정량의 학습지를 풀기로 되어 있다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만큼 풀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축구, 농구, 야구, 줄넘기, 배드민턴, 인터넷 게임 등 자녀가 원하는 것도 일정량 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

계획대로 실천했는지 여부는 시간이 아니라 분량으로 판단해야 한다. 몇 시간 공부를 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만큼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자녀가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끝내거나 늦어져도 부모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공부를 빨리 끝내면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쓰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방학생활 계획표를 짤 때는 하루 일과도 중요하지만, 방학 중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방학 중에 무엇인가를 이룩했다는 성취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중고등학생이라면 장편소설 읽기, 초등학생이라면 한자 100자 외우기,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따기 등 구체적이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예일 수 있다.

도움말: 윤일현(대산교육문화센터 이사장)· 민향숙(경북 성산중학교 교사)· 김견숙(대구매곡초등학교 교사)·이상만(학부모)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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