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연비누'로 내일을 꿈꾼다…자작나무센터

뜨거운 여름, 자작나눔센터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천연비누 만들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아로마 오일 향기가 뒤섞인 채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깔과 다양한 무늬의 천연비누가 10명의 직원 손끝에서 생산된다. 이들이 만드는 천연비누 개수는 하루 300여 개.

자작나눔센터는 대구여성회가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모태가 돼 지난 5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대구에는 현재 15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지만 여성들만으로 꾸려진 사회적 기업은 자작나눔센터가 유일하다.

자작나눔센터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여성들이 많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 있거나 털어놓기 힘든 과거를 안고 사는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비누를 앞에 두고는 오로지 비누 이야기에 몰두한다.

이 곳에서 일한지 8개월 된 박정자(41) 씨는 직접 만든 천연비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3년간 조리사로 일하다가 이 일을 시작했는데 천연비누를 사용하니 심하던 아이들 아토피가 좋아졌어요. 너무 큰 수확이죠. 작업장의 분위기도 좋고요."

신은희(33) 씨는 자작나눔센터가 첫 직장이다.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가족들도 많이 응원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직원이 만족했던 건 아니다. "처음엔 몇 달 일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쉬면서 실업 급여를 받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1년이 지나고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 후 사람들에게 '꿈'이 생겼죠. 지금은 작고 보잘 것 없는 회사지만 한 분야를 파고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꿈이에요." 신은진(28) 씨의 말은 여성 사회적 기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작나눔센터는 천연비누에 관해 최고가 되기 위해 각종 제품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맥주 속 맥아가 피부 보습에 좋다는 점에 착안, 정제수 대신 알콜 성분을 없앤 맥주를 사용하는 맥주 비누를 연구 중이고 한방생명자원연구소와 함께 여성전용비누를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가을쯤 여성전용비누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 사업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역 기업의 관심에 힘입어 ㈜알코에 레고 모양의 비누를 납품하고 있다.

최근 몇년 새 천연비누 및 DIY 화장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자작나눔센터는 차별화에 자신이 있다.

육정미 대표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곳과는 달리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만든 세제나 화장품을 찾는 마니아들이 있다. 숙성 비누는 개당 8천원, 아로마 비누는 개당 2천500원이다. 머리감는 물비누, 주방 물비누, 바디 물비누, 손세정제, 천연방향제 등 종류도 다양하다.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비누나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고 자격증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자작나눔체험 공방은 매월 넷 째주 수요일 오전 10시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053)423-5898.

최세정기자 www.jaja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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