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름이 뭐기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시인의 '꽃' 중에서)

이름(名). 옛날 우리말에서 '일흠' 혹은 '일훔' 등으로 표기되기도 했다는 이름은 '이르다' '말하다'라는 뜻을 가진 고어(古語) '닐다'에서 출발해 '닐흠-일흠-이름'으로 변했다고 백과사전에서는 이름의 변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이름에 목을 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사람의 이름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름의 대학, 어떤 이름의 학과를 졸업했느냐 여하에 따라 취직 자리는 물론, 장래 배우자까지도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육신이 없어지고 세월이 흘러도 남는 것이 이름이다.

이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후세에 이름 남기는 것을 효도의 끝이라 가르치기도 했다. 즉 효경(孝經)에서 말하는 '우리 몸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니 헐거나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고, 몸을 세워서 도를 행하여 이름을 후세에 드날려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끝'이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지금 구미와 김천이 이름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 11월 개통될 KTX역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천시 남면에 들어설 KTX 역사의 이름을 '김천역'으로 할 것인지, '김천'구미역'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오랫동안 이름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자 문인수 시인은 "역 이름이란 해당 지역을 '안내'하는 기능도 중요하겠지만 부르다 보면 익숙해지고 정다워지는 그 '고유성'도 간과할 일은 아니다"면서 역 이름을 '순금거북(金龜)역'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천의 '금빛'(金)과 구미의 '거북'(龜)을 합친 작명인 셈.

이름을 중시하는 사회환경인 만큼 이름에 대한 두 지역의 역 이름 갈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김춘수 시인이 읊은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는 노래처럼 두 쪽 모두에 의미 있고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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