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구시대적 관사 제도 바꿀 때도 됐다

그동안 주민들이 범접하거나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시장'군수 관사(官舍)가 이제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소식이다. 민선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대부분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아직 관사를 이용하는 단체장도 있지만 비어 있는 관사의 경우 매각하거나 공원, 주차장, 장애인 시설과 같은 주민 편의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포항시나 구미시, 문경시의 경우 몇 년 전에 이미 관사를 매각해 아예 관사 제도 자체가 없다. 영주시, 김천시, 봉화'청송'영양군의 경우도 단체장이 자택에서 출'퇴근하면서 관사를 청소년 상담센터나 소속 선수단 숙소, 설계 작업장 등 다른 용도로 쓰고 있다. 군위군의 경우 관사를 공원으로 꾸밀 계획이고 합천군은 관사 부지를 공영 주차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관사를 유지하면서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집기를 교체하고 보수하는 등 예산을 들이고 있다. 주민의 대표자인 단체장에 대한 예우나 의전상 관사 제도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불요불급한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 또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관사 유지에 드는 비용이 그리 많지 않다 하더라도 모름지기 단체장이라면 특권 의식을 접고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친근한 시장'군수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관사는 관선 시절 시장이나 도지사'군수가 지방에 부임하면서 생긴 구시대의 산물이다. 그 지역에 생활 기반이 없는 고위 공직자가 새 임지에 생활공간이 필요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운용되어온 제도인 것이다. 그런데 지방자치 시대가 활짝 열린 지금까지도 관사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마치 계절이 바뀌었는데도 철 지난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군수가 그 지역에 터전을 잡고 있는 인사 가운데 선출되고 있는데도 관사를 두고 적지 않은 예산을 들이는 것은 주민 입장에서 봤을 때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니다.

시대 변화에 맞게 이제 관사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 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하고 현재 비어 있는 관사는 매각 처리하거나 다른 용도로 쓰는 게 현실적이다. 과거에는 유용했을지 모르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그 효용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게 순리다. 발상의 전환과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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