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돕고 사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고, 이것이 내 운명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 수입의 20%는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 10%는 구미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택시기사 이영필(53)씨는 자신의 이름 '永弼'을 '영원히 돕는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처럼 타인을 돕는 것을 자신을 위한 일로 생각하고, 봉사하는 것을 운명처럼 여기며 살기 위해서다.
고향 안동에서 농고를 졸업하고 농사를 짓다 서울에서의 공무원 생활과 대구에서의 의료기 판매영업을 접은 후, 구미에 사는 누나의 권유로 구미로 왔다. 영주에서 태어나 강원도에서 자란 부인과 1남1녀 자녀를 데리고 그렇게 구미에서의 새 삶을 시작한 것이 1994년이다.
농고 졸업 뒤인 1978년, KBS 전국 새마을 수기공모에서 우수상(2위)을 받은 후 한때 새마을지도자 꿈을 가졌던 그는 1996년부터 택시운전을 하면서 세상을 넓게 보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개인택시를 운전했는데 이때부터 타인을 위한 봉사에 눈을 돌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젠 이웃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 꿈이 됐단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거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을 차에 태워 해마다 한차례씩 바깥나들이 시켜주는데 벌써 10년이 넘었다. 매달 장애인시설에 지원금을 전달하고 '예스 구미'라는 글자가 새겨진 상의에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차림으로 손님을 모시는 것도 그가 생각하는 봉사 중 하나다.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손님에게는 존대의 감사인사 하기, 친절한 대화로 깨끗한 구미 택시기사 이미지 심어주기 등도 친절봉사를 위한 실천이다.
특히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 깊은 그는 어르신들을 남다르게 생각한다. 6년째 반신불수의 70대 홀몸 할아버지 보살피기, 80세 안팎의 연세 많은 어르신 무료승차, 어르신 손님들의 건강위한 도움주기 등도 그래서 실천하고 있는 일들이다. 앞으로는 연고가 없거나 어려운 형편의 어르신의 장례를 치러주는 일도 생각 중이라고 한다.
'친절, 봉사, 안전'이란 3대 목표를 '지상과제'로 택시를 몬다는 그는 자신의 수입원이 되어주는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만의 독특한 방법을 실천하고 있단다. '처음 공개하는 비밀'이라고 하는 그 방법이란 매일 손님 중 스물아홉 번째 손님에겐 요금을 받지 않는 것. "택시를 이용해주신 손님 덕에 오늘까지 오게 됐으니 감사를 전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 이유란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가족들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며 계면쩍게 웃는 택시기사 이영필씨의 이름이 또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운명 같은 이름을 운명처럼 실천하는 이영필씨의 삶이 그의 택시처럼 반짝반짝 윤이 난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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