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짜리 셔틀콕의 매력에 흠뻑 빠진 부부가 있다. 대구지방검찰청 영덕지청에서 일하는 최한열(45) ·신진자(44) 씨 부부다.
영덕에서 소문난 배드민턴 부부인 이들은 주말이면 배드민턴 라켓을 차에 싣고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대회를 찾아다닌다. 이 덕분에 일찍부터 잉꼬부부 소리를 들었다.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배드민턴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배드민턴 라켓을 먼저 든 건 신 씨다. 10년 전인 2000년, 이웃의 권유로 아침운동을 나갔다 배드민턴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당시만 해도 신 씨는 운전을 못하는데다 자전거도 못타 집에 머물기 일쑤였다.
"집에만 있다 보니 따분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웃을 따라 나섰는데 격렬하지도 않고 재미도 있어 계속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라켓을 들면서 신 씨의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당장 늦잠 자는 버릇을 깨끗하게 고쳤다. 운동시간에 맞추려면 오전 5시 30분에 눈을 떠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상쾌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일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이젠 습관이 돼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무엇보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도 오전 7시밖에 안 돼 식구들 식사 준비에 문제가 없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내성적이던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뀐 것. 수줍음 때문에 낯선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고 말하지 못했던 신 씨는 운동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말수가 늘어 농담도 하고 회원들끼리 수다도 떨게 됐다. 성격이 털털한 아줌마로 변신한 것이다.
배드민턴의 재미에 빠지자 자연스럽게 '배드민턴 전도사'가 됐다. 당장 남편에게 함께 배드민턴을 치자고 졸랐다. 그러나 테니스를 쳤던 남편은 콧방귀만 뀌었다. 좁은 공간에서 무게도 얼마 안 나가는 라켓을 휘두르는 게 무슨 운동이 되겠느냐며 핀잔을 줬다.
2년 반을 졸랐으나 허사가 되자 이번엔 옆집 아줌마와 '작전'을 짰다. 남자대 여자, 복식 성대결을 벌여 진 쪽이 점심을 사기로 한 것. "남편 팀이 5점(15점 승부)을 따면 내기에서 지는 것으로 했습니다."
결과는 남편 팀의 완패. 힘만 내세운 남편들은 2점을 내는데 그쳤다. 최 씨는 "셔틀콕을 쫓아다니느라 진땀을 흘리게 됐고, 그 길로 배드민턴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좁은 장소에서 하는 운동이지만 운동량이 상당했다. 한 두게임 치면 옷이 온통 땀으로 젖었다. 부부는 틈만 나면 마주보고 셔틀콕을 주고받았고, 실력이 쌓이자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대회를 쫓아다녔다.
이후 최 씨는 더 열성적으로 배드민턴에 빠졌다. 4년간 영덕 대게클럽의 사무국장으로 회칙과 동호회의 일을 맡았고 2008년부터는 회장으로 동호회를 이끌고 있다. 경북 배드민턴연합회 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 씨는 이제 부인과의 맞대결에서 이기지만 대회 성적은 신 씨가 앞선다. 신 씨는 특히 여자복식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부부는 2005년 시군 구분 없이 경북 전체의 생활동호인들이 참가한 제1회 경북부부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3위에 올랐다. 16~19일 포항에서 열린 경북도민체전에도 부부는 영덕 대표로 각각 복식경기에 나섰으나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배드민턴이 좋은 건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유산소운동이어서 다이어트에 좋고 배우기도 쉬워 세대별·남녀복식 등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령별, 실력별로 단계가 나눠져 있어 비슷한 수준의 선수끼리 칠 수 있고, 조금씩 실력이 나아지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재미도 좋다. 신 씨는 "좁은 공간에서도 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스트레스 해소와 원만한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되며 갱년기 장애나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자랑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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