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렐리우스 명상록에 '인간은 현재, 즉 바로 이 순간에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 밖의 삶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거나 아니면 불확실한 미래일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미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지 말며 현재의 일에 충실하라는 뜻일 것이다.
인간은 생각을 하는 동물이다. 지나간 일들은 물론 오지 않은 일들에 대하여서도 생각한다. 과거의 일 중 만족하게 이루어졌던 일들보다는 후회되는 일들을 더 많이 기억하고 아쉬워하며, 불확실한 미래의 일들에 대해서는 잘 되었을 때보다는 잘못되었을 때를 상상하면서 걱정을 하고 불안해한다.
신경외과 의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수술할 환자에 대하여 설명할 때, 중증의 환자를 치료할 때 그러하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현재 해야 할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환자나 그 가족들은 신만이 알 수 있는 환자의 치료 후의 결과에 대하여 확실히 알고자 한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미래의 일을 모두 알 수 없다. 환자의 치료 후 결과가 100% 좋을 것이라고 장담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장담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말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그래서 의사들은 자기의 지식이나 경험을 토대로 두루뭉술하게 회복될 확률을 이야기한다.
정말로 환자의 예후에 대하여 걱정할 사람은 의사다. 환자의 예후에 대하여 더 많은 걱정을 하면서 수술을 준비해야 한다. 수술 책도 한 번 더 보고 머릿속으로 수술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수술 중 혹은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환자는 잘 회복되는 것이다.
중환자들을 치료할 때도 똑같은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상태가 중하면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져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긴다. 머리 문제도 심각한데 폐렴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요로 감염도 생기며, 심장에 문제가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되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환자의 완쾌라는 산봉우리는 높기만 하고 그곳에 도달하는 것이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도 한발 한발 끙끙거리며 기어오르면 산 정상에 도달하듯이, 환자한테 생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 환자는 결국 회복한다. 일부에서는 회복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지만.
결국 삶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만 아쉬워하지 말고 다가서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만 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충실히 살다 보면 결국 보람있는 삶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임만빈<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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