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유통업체만 돕는 교통영향평가 왜 하나

대구 동구 율하 지구의 롯데쇼핑프라자가 주변에 극심한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주말엔 쇼핑 차량이 2개 차로를 점령하는 바람에 노선 버스들이 도로 중간에서 승객들을 승하차시키는 형편이라고 한다. '유통 공룡'이 주변 골목 상권을 붕괴시켜 지역경제의 고사(枯死)를 촉진하고 버스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프라자 개점에 따른 교통 체증은 대구시의 무분별한 대형 유통업체 진출 허용과 잘못된 교통영향평가가 주범이다. 이재만 대구 동구청장은 교통영향평가 때 롯데 부지 내에 2개의 별도 차로 확보를 요구했으나 대구시가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 청장은 또 적정 주차 대수가 3천 대로 추정되지만 교통영향평가 잘못으로 롯데가 확보한 주차 면수는 1천519개 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대구시가 시민의 입장이 아니라 유통업체를 도와주는 교통영향평가를 한 것이 입증되는 대목이다.

동구청은 롯데쇼핑프라자 주변의 교통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롯데 측에 범안로 방향으로의 교통량 분산 및 안전 펜스 설치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주말마다 주변 일대의 불법 주정차를 단속할 예정이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용에 불편을 느낀 쇼핑객들이 롯데 측에 불만을 제기하는 대신 동구청에 화살을 겨누면 조만간 흐지부지될 게 뻔하다.

잘못된 교통영향평가는 롯데쇼핑프라자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대구시는 도심 외곽은 물론 도심에까지 외지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을 마구 허용하고 있다. 황금네거리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에도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을 허용하면서 이 일대 교통의 마비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체만을 돕는 교통영향평가를 왜 하는지 대구시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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