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방의 의무가 왜 신성한지 아는가

EBS 인터넷 수능 강의에서 인기 강사로 꼽히는 장 모(38) 씨가 군(軍)을 '살인 기술을 가르치는 집단'으로 매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하나고 교사인 장 씨는 강의에서 "(남자가) 군대 가서 뭐 배우고 와요?"라고 물은 뒤 "죽이는 거 배워오죠. 뭘 지키겠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그거 안 배웠으면 세상은 평화로워요"라고 했다.

현직 교사의 군에 대한 이해도가 이렇게 저열(低劣)하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토를 방위하기 위한 조직이다. 군이 뭘 지키는지 정말 모른다는 말인가? 바로 장 씨 본인의 생명과 재산과 살고 있는 터전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과 국토를 넘보는 적이 없다면 군은 없어도 된다. 그러나 유사 이래 그런 일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2천 회 이상의 외침과 그 극복으로 점철된 것이 우리의 역사다. 불과 60년 전에는 민족상잔의 비극도 있었다. 한창 공부하고 일할 젊은이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는 것은 그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국방의 의무를 신성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국방의 의무를 "죽이는 거 배워온다"고 매도한 장 씨의 발언은 군필자(軍畢者)와 지금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욕보이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군에 가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사회 진출 등 여러 면에서 손해라는 잘못된 생각이 자리 잡았다. 장 씨 같은 교사의 왜곡된 인식은 장차 이 나라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그런 생각을 굳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스스로 지키지 못한 국가나 민족이 어떤 운명을 겪었는지는 역사가 잘 보여준다. 그걸 모른다면 군에 대해 말을 말든가 역사 공부부터 다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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