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자들과 소통하려면 컴퓨터 배우기 필수죠"

청도 매전 어르신 컴퓨터교실 인기

▲여름밤 무더위 속 이열치열로 공부하고 있는
▲여름밤 무더위 속 이열치열로 공부하고 있는 '매전 어르신 컴퓨터교실'수강생들이 개근상과 수료증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노진규기자

"'삐삐세대'로 볼 수 있는 어르신들이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그냥 남의 세상에서 살아서는 안됩니다. 열심히 배워 동참해야 합니다."

청도 매전면 매전중학교(교장 이중식)의'매전 어르신 컴퓨터교실'은 매일 오후 5시부터 10, 11시까지 밤 늦도록 '이열치열 열공'의 현장으로 바뀐다.

23일 밤 지역 노인 33명이 참여한 컴퓨터교실에서 결석 없이 50시간을 채운 노인수강생 23명이 수료증과 개근상을 받았고, 이중 100시간을 이수한 수강생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수강생의 연령대는 대부분 60, 70대 노인들로 그냥 교재 책장 넘어가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속도는 느려도 인터넷 이메일과 문서작성, 결산서 도표만들기 등 한글2002와 인터넷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퇴근시간도 방학도 없이 밤늦도록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순옥(57'과학) 교감은 "노인들의 수명이 20~30년 가까이 늘어나는 만큼 늘어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젊은이와 어울리고 소통하는 게 꼭 필요하다"며 "자녀들에게 메일과 사진을 첨부해 보내는 등 컴퓨터문화를 이해하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노인분들 때문에 여름이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종표(75'동산2리) 씨는 "교감선생님을 밤늦게 붙들고 있는 게 미안하다"면서도 "내 속도에 맞게 진도가 나갈 수 있어 저녁을 먹지 않아도 배고픈지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석동기(63'동산리) 씨는 "자녀들에게 전해줄 지방, 축문과 우리집 가계부, 추억의 앨범 등을 만들어 보관해 뒀다"며 컴퓨터 실력을 자랑했다.

매전 컴퓨터교실의 인기는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학습과 진도에 있다. 처음 몇 단어 워드조차 힘들어하는 노인들의 속도에 맞춰 철저한 복습위주 수업에서 낙오하는 수강생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2시간 수업으로는 어림없고 최소 4, 5시간 이상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순옥 교감은 "긴 여름밤 이열치열이라며 컴퓨터와 씨름하는 노인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오히려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태도에 무척 놀랐다"며 "입소문을 듣고 새로 수강하고자 하는 문의가 많아 컴퓨터교실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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