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1회 대구 진학진로박람회 가보니

대입 정보 '타는 목마름' 사흘만에 2만명 다녀가

제1회 대구 진학진로박람회가 23~25일 경북여고에서 대구시교육청 주최로 진행됐다. 3일간 총 2만여 명이 다녀가는 등 성황을 이뤘다.
제1회 대구 진학진로박람회가 23~25일 경북여고에서 대구시교육청 주최로 진행됐다. 3일간 총 2만여 명이 다녀가는 등 성황을 이뤘다.
박람회 전경.
박람회 전경.

대구시교육청 주최 제1회 대구 진학진로박람회가 23~25일 성황리에 열렸다. 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이하 지원단) 주관으로 경북여고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학생·학부모 등 총 2만여 명이 다녀갔다. 수도권 20개 대학, 영남권 10개 대학 등 총 30개 대학이 홍보 부스를 차렸다. 수시 입시 상담과 입학사정관 상담 등 학생·학부모들이 목말라하던 입시 전문가들과의 일대일 상담이 진행됐다.

특히 이번 박람회는 그동안 시교육청이 주최한 '진로박람회'에 '진학'을 더하고, 대학 홍보 일색의 기존 박람회에 입시 상담을 곁들이는 등 종합적인 진학진로박람회의 새 포맷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1회 진학진로박람회, 열기 후끈

23일 오후 진학진로박람회장에 마련된 논술 특강관. '최근 3불 정책 완전 폐지 움직임에 따라 본고사식 논술이 등장하고, 문제의 난이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대학교수의 말을 한 50대 어머니가 차근차근 받아 적었다. 어머니는 "엄마의 정보력이 부족해서 내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며 강의를 경청했다.

박람회장의 열기는 35℃를 오르내리는 폭염 못지않게 뜨거웠다. 입시를 목전에 둔 교복 차림의 고3 학생들뿐 아니라 중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학부모들도 많았다. 30개 대학 홍보관에는 3일 내내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고려대 최인식 입학과장은 "지방교육청이 수시를 겨냥해 전국 대학들을 초청하고 이런 규모의 박람회를 연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는 "고3인 학생들조차 나에게 어떤 전형이 유리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능, 내신, 논술 중 자신의 장점을 파악해 전형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수시에선 논술 전형 비중이 높은 만큼 논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박람회 일일 평균 참가자는 5천여 명. 여기에다 수시 상담 1천200명에 입학사정관 상담 1천800명을 더하면 총 참가자는 2만 명에 육박했다. 특히 인터넷 예약을 받아 진행된 상담 교실에는 예약 없이 찾아온 학생들이 상당수여서 예비 상담 교사들이 쉴 틈 없이 투입됐다. 박재완 지원단장은 "예상 외로 학생들이 밀리는 바람에 일부 수도권 대학들은 급히 택배로 홍보물을 다시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는 체계적인 운영도 돋보였다. 학생들은 고입·대입 진로 탐색관에서 자신의 적성을 먼저 파악한 뒤, 직업 체험관과 전문 직업인 특강을 통해 미래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 중3 자녀를 둔 이순자(47·여)씨는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관련 정보가 흥미롭게 준비돼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80명의 각 대학 입학사정관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입학사정관 상담 부스는 학생들로 줄을 이었다. 경북대 입학사정관실에서 만난 덕원고 2학년 이세비(17) 양은 "일본어 JPT, JLPT를 비롯한 어학 성적표를 가져왔는데, 이런 특기도 입학사정관 전형 입학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수시, 정시 어느 게 유리할까요?

박람회 이틀째, 고3 아들과 함께 수시상담실을 찾은 한 어머니는 돋보기와 안경을 번갈아 써 가며, 점수별 지원 가능한 대학이 제시된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누가 입시생인지 모를 정도로 상담 교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귀울였다. "학교에서도 이렇게 구체적인 입시 정보는 없었어요. 6월 모의평가 성적표를 들고 내일 다시 와야겠어요."

수시 입학 상담은 개인별 내신과 6월 모의평가성적을 입력, 지원단이 자체 마련한 잣대와 비교하면서 지원 가능한 대학을 안내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15년 이상 학교에서 진학 지도를 맡아 온 베테랑 교사들이 투입돼 입시 노하우를 전달했다. 특히 이번 상담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대학별 예상가능 내신 점수가 소개돼 실효성 있는 상담이 가능했다.

학생들은 수시와 정시 지원 중 어느 게 유리할지, 현재 성적으로 어떤 대학 지원이 가능한지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다. 대곡고 강우식 교사는 "내신이 좋으면 학생부 전형으로, 논술에 자신이 있으면 논술 전형으로, 다른 특기가 있으면 입학사정관 전형을 고려해 보라고 먼저 큰 그림을 그려놓고, 세부 상담을 한다"며 "의외로 상당수 학생·학부모들이 수시 전형에 대해 막연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강 교사는 적어도 고1 때부터 꾸준히 입시 전략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시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차이가 났다. 한 교사는 "수성구 학생 경우 수능 성적은 좋은 반면 내신은 상대적으로 불리해 두 성적 간 갭이 큰 경향이 많다"면서 "정시에 강한데 굳이 수시에 승부를 걸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비(非)수성학군의 또 다른 교사는 "비수성구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시 입학 상담이 활발하다"며 "수시 전형을 잘만 활용하면 경북대에 갈 학생이 서강대, 이화여대에도 갈 수 있다"고 했다.

◆입학사정관제, 관심과 오해

"성적이 낮아도 다른 특기만 있으면 입학사정관제를 이용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엔 큰 오해가 있습니다."

상담 교실에서 만난 이경진 경북대 입학사정관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신문방송학과에 가고 싶다는 학생이 있었는데, 교내 방송반 활동이나 논문쓰기대회 등 관련 비교과 활동은 우수했지만 내신은 6등급밖에 안 됐어요.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지원 내신은 1.4등급 이내거든요. 기본적인 공부가 충실해야 입학사정관 입학이 가능합니다." 1단계 교과(50%)·비교과(50%)를 통과하고 나면 2단계에서 심층면접(100점)이 관건이라고 했다. 이 사정관은 "경북대 경우 전임 교수, 명예 교수 등 180명으로 이뤄진 입학사정관들이 3명씩 팀을 이뤄 학생 한 명당 60분씩 심층 면접을 실시한다"며 "무작정 활동 기록을 부풀리기보다 지원하고자 하는 소신과 열정으로 입학사정관들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한양대 안종길 입학팀장도 "내신이 안 좋아도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면서 "내신이 좋다면 성적 우수자 전형으로 가면 된다. 또 입학사정관은 단지 상장이나 관련 자격증이 많다기보다 해당 분야에 대한 축적된 지식과 남다른 준비 성과를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수능 후 입시 컨설팅 개최

지원단은 수능 성적 발표 후인 12월 초 정시 상담 컨설팅을 개최할 계획이다. 수도권과 영남권 등 기존 권역별 설명회가 아니라 상위-중위-하위권으로 비슷한 대학급을 묶는 설명회를 구상 중이다. 정시 전반에 대한 설명회와 대학별 설명회가 동시에 진행된다. 박재완 지원단장은 "학생들이 비싼 돈을 내고 사설 학원에 가서 입시 상담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학교 중심의 입시 컨설팅이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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