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바이코리아' 열풍이 뜨겁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국내 주식과 채권 등을 합해 5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덕분에 코스피지수가 연일 고점을 찍으며 박스권 탈출에 시동을 걸고 있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약세를 보여야 할 채권금리도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 확대가 자본 유출 위험을 높이는 등 국내 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끌어올리는 외국인의 힘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000로 장을 시작했다. (11개월째 맴돌던 박스권(1550~1760대)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1,769.07로 장을 마쳐 연중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774.95까지 치솟으며 2008년 6월 18일(1,774.13) 이후 25개월여 만에 1,770선을 밟기도 했다. 한국 증시는 올 들어 5.13% 오르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 상승의 원동력은 외국인의 거침없는 매수세다. 지난 주말 유럽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자산 건전성 심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국내 2분기 GDP 증가율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덕분이다. 26일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천587억원과 1천18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들은 2천64억원을 팔았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2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주식 7조4천470억원, 채권 44조7천9억원 등 52조1천479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는 리먼 사태 때를 제외하고는 2009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45조5천458억원을 순매도했지만 2009년에는 23조5천311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올해도 유럽 위기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은 이달 들어 두 번이나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지난 1년간 외국인이 꾸준히 사들인 종목은 주가 상승률도 높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7월 23일 1,496.49에서 올해 7월 23일 1,758.06으로 1년 새 17.5%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진 상위 20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42.6%로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대표적인 LED주인 LG이노텍은 외국인 지분율이 4.3%에서 20.17%까지 껑충 뛰었고 주가는 11만6천500원에서 16만2천500원으로 39.5%나 급상승했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더욱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2007년 35조57억원, 2008년 22조3천130억원을 순매수했고, 지난해에는 53조5천820억원이나 사들였다. 덕분에 채권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4.41%와 4.92%이던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26일 현재 3.88%와 4.44%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 먹튀 우려
한국은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원화 강세기조,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확대 등으로 외국인의 매력적인 투자처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 장기투자보다는 단기 자금에 집중돼 있는 점은 우려를 자아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금감원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는 개인 8천713명, 기관 2만1천291명 등 3만4명으로 10년 만에 3배로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유가증권시장의 주식 보유액은 293조9천458억원으로 시가 총액 대비 31.4%에 달한다. 상장채권 보유잔고는 67조8천168억원으로 전체 상장채권의 6.3%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들 외국자본들이 단기자금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단기자금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지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장을 짓거나 기업을 사들이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 지난해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는 58억달러로 2008년 84억달러에 비해 30% 감소했다.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는 올 상반기에도 6% 이상 감소했다.
투기성 핫머니가 지나치게 들어오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반감되고 외환시장의 불안이 가중된다. 금융연구원 임형준 금융시장·제도실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대규모 투매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 확대가 향후 급격한 자본유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상황의 변화에 따라 국제 투자자금의 흐름이 급격히 바뀔 때 일부 국가는 대규모 자본유출 위기를 맞을 수도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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