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마트 진입 규제대책 '적시타' 놓쳤다

대구시, 4차 순환선 내 원칙적 불허 등 뒷북 발표…상인들 "줄것 다주

'대구 판매시설 과잉은 자업자득'이라는 본지 기사(22일 1면 보도)의 지적에 대해 26일 대구시가 '대형마트의 지역 기여도 향상 및 신규진입 억제 추진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챙겨야 할 것도 못 챙긴 채 무분별하게 허가를 남발하다 뒤늦게 대책 마련에 허둥댄다는 것이다.

◆대구시, 이제라도 막아보겠다!

시는 지역 영세 상권의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도심 신규 진입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실상 시 외곽에 속하는 4차 순환로 밖에 대형마트가 새로 진출할 때는 인근 주민과 관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시민평가단'의 평가를 받도록 했다. 지역상권을 위협하는 대형마트와 SSM의 신규 진출을 억제하는 한편 외지 유통자본에 대한 지역기여도의 정도와 그 이행 여부까지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시민평가단은 인근 주민과 상인,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4차 순환로 외곽에 유통업체가 신규 입점할 경우 관련된 주요 사안의 심의에 참여하도록 하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시·구·군, 대구시상인연합회, 슈퍼마켓조합 등에 'SSM 신고센터'도 설치된다. 허가나 등록사항이 아니다보니 지자체가 알지 못하는 새 확산되고 있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또한 시의회와 대형유통업체, 소상인, 시민단체를 포함하는 '유통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지역자본 유출을 심화시키고 있는 유통업체들에 대해 지역 기여도도 검증한다. 6개월에 한 번씩 인력 채용은 물론 지역생산 물품 구매, 지역 금융·용역서비스 이용, 지역 업체 매장 입점 여부 등을 점검하는 한편 원산지 표시와 소방, 위생 등 영업실태 점검도 병행키로 한 것. 이 계획에 따라 시는 26일부터 28일까지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쇼핑프라자에 대한 현장실사 및 영업실태 일제점검에 들어갔다.

◆상인들, "조금만 빨리 서둘렀어도…"

시의 이 같은 대책에 지역 상인들과 경제계 인사들은 '너무 늦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야월 시장의 한 상인은 "이미 몇 년에 거쳐 인근에 3개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먹고살기조차 막막한데 이제와서 신규 입점을 막고 지역 기여도를 따진다는 게 무슨 의미냐"며 고개를 돌렸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은 대구시가 아무리 나서봤자 제재할 만한 수단이 많지 않다"며 "매출 잘 올리고 있는 역외업체가 이제와서 뭘 내놓으려 하겠냐"고 혀를 찼다. 허가권을 빌미로 협상을 한다면 모를까, 이미 다 들어선 시점에서는 밀고당기기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학계 인사는 "뒤늦은 지금에라도 입점 규제나 지역기여도를 따지겠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대책이 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역경제의 3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 마련 등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의 마인드 변화다. "개발을 위해서는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의식부터 바뀌지 않고서는 지역상권 보호는 불가능하다는 것. 유통시장 보완책을 발표하면서도 시의 입장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외곽의 한 쇼핑몰에 대형마트를 입점시키겠다는 계획이 진행 중에 있지만 대구시 경제통상국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는 부서가 달라 정확한 진행상황을 알지 못한다. 다만 이곳은 4차 순환로 밖인데다 주변 영세상권과는 일정부분 거리가 있어 막을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답했다. 이곳은 대구시의 계획 아래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또 이미 황금네거리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지하에는 올 10월 대형마트 입점이 확정돼 개점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이제 '개발'을 빌미로 한 유통업체의 신규진출 허가는 절대 안 될 일"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이 얻을 손익을 따져봤을 때 지역자본 유출과 중소상권 약화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김상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지 업체를 막는 것도 방법이지만 대구시와 시민들이 나서 중견 기업을 키워 지역 경제의 체질 자체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광주에서는 '빅마트'라는 지역 유통업체가 이마트에 대적할 정도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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