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관광공사 민영화, 경주 보문단지 위기감

한국관광공사 출자지분 매각 공고

경주와 경북 북부권 관광·레저사업을 총괄하는 경북관광개발공사가 민영화 추진 방안에 따라 설립 35년 만에 최대의 기로에 섰다. 경북관광공사에 대한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6일 경북관광공사의 자산 및 부채, 관련계약, 인허가 일체의 출자지분 매각을 공고했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매각 추진에 대해 보문단지, 북부권 관광단지 등의 일부 입주업체들은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산과 사업 현황

경북관광공사는 최근 자산 및 기업가치 평가에서 무형자산을 포함해 4천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 자산(토지와 건물, 골프장) 2천568억원, 차입금 938억원(관광진흥개발기금 506억원, 일반차입금 432억원), 자본금 221억원(현물출자 188억원, KTO 현금출자 33억원) 등이다. 공사는 1본부·2처·1지사·2실·14팀으로, 현재 일반직 90명, 계약직 55명 등 145명이 근무하고 있다. 보문휴양관광단지를 국제수준의 종합관광단지로 개발관리하고 감포해양관광단지 개발 추진과 안동문화관광단지 개발을 맡고 있다. 매각 대상은 보문골프장과 육부촌, 보문상가, 공공시설물 등이 포함된 보문관광단지를 비롯해 사업이 추진 중인 감포해양관광단지와 안동문화관광단지이다.

◆경주관광 1번지 보문단지

공사는 설립단계부터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차입금 2천300만달러(231억원)를 종잣돈으로 보문단지를 조성했다. 경주시민의 땅을 헐값으로 매입하고 단지 내 부지를 매각해 수익금으로 5년거치 20년 균등분할 상환 방식으로 2000년 차입금을 완전히 갚았다. 따지고 보면 정부가 공사에 투자한 것은 공사의 관리를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하라는 IBRD의 요청에 따라 관리 차원에서 당시 건설부가 한국관광공사에 맡겼던 것 뿐이다. 현재 한국관광공사가 100% 출자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인적과 물적교류 등 양사는 전혀 별개의 법인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공사와 보문단지에 대한 경주시민들의 노력과 경주의 기업이라는 인식 없이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이자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도 일고 있다.

◆민영화에 대한 우려?

입주상인들 중 일부는 공사 운영이 민간에 넘겨지면 높은 단지공동관리비와 보문단지 내 복잡한 인허가 과정 등이 다소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민과 상인들은 "민영화 때는 기존 관광단지 개발사업과 시설물 유지관리의 공공성 훼손, 지역의 관광인프라 확충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보유자산이 대부분 관광시설용 토지로 매각 중에 있으나 부진한 상태이며, 무리하게 추진할 때는 헐값에 매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문단지 입주업체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정강정 총장도 사견을 전제한 뒤 "공사는 골프장 사업 외에도 보문단지의 조경, 청소, 관리, 홍보 등 공적인 업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넘겨지면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경주대 변우희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공기업 민영화에 있어 순기능은 방만한 공기업 경영에 민간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도입시켜 수익성을 높이는데 있다. 그러나 관광개발은 대규모의 투자가 불가피하고 자본회수가 늦어 민간 기업이 경영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관광의 공익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공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에 대한 가능성

공사의 민영화에 대해 무상 양도 등 저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경북도 외에는 아직 관심을 보이는 민간 기업이 없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998년도 2차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 계획 시 골프장을 매각하고 한국관광공사에 통폐합을 추진했으나 지역사회의 반대로 무산되고 경주관광개발공사에서 경북관광개발공사로 확대 개편하는데 그친 적이 있다. 따라서 경주시도 유일한 관광전문 공기업 청산에 따른 반대여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역 관광전문가들은 민영화보다는 지방관광 활성화를 위해 경북도에서 인수해 지방공사로 운영하는 방식을 기대하고 있다. 경북도가 매입해 관리권을 경주시에 주는 방안과 여의치 않으면 추진 중인 사업의 완공연도인 2015년까지 민영화를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경주시 이강우 문화관광과장은 "민영화라는 정부 방침에 경주시의 입장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민영화 방침이 지역정서에 반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매각이 결정되더라도 공공성 분야는 강조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