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는 천차만별의 값이 있다. 어떤 일을 이루어냈을 때 '그 사람 이름 값 했네' '이름 값 할 사람이네'라는 말을 운운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다른 물건의 값과는 달리 이름값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더 많이 담겨 있어서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우며 대체로 좋은 의미의 값을 매긴다.
이름에는 사람의 모습도 담겨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첫 인상을 통한 느낌은 30초 내외의 짧은 시간에 대충 파악하게 된다. 그런데 이름을 소개 받고나면 사람과 이름이 꼭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름과 닮아가는 생활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지인 중에 이름을 숫자로 풀면 '536'인 사람이 있다. 온 세상에 이름을 떨쳐 주기를 바라는 그의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드는 것도 모자라 하늘 땅 바다까지 섭렵하여 살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나는 이름의 의미를 알고 난 뒤 자주 그의 이름을 불러준다. 그런데 그는 이름으로 놀림을 받은 적이 적잖이 있었고 개명하고 싶은 충동도 많았다고 한다.
'정든'이란 이름을 가진 아이도 있다. 부부 계획에 없었던 아이라 빨리 정들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나는 그 아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마음에서는 물론이고 어감에서도 정이 새록새록 생기는 것을 느낀다. 아이는 낯가림이 없어 이웃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정이 많은 아이로 자라고 있으니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왕림'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 아이가 있다. 아이 엄마는 밖으로 도는 남편을 불러들일 계획으로 늦둥이를 가졌고 딸의 이름을 자기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라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예쁜 딸을 보기 위해 일을 마치면 남편은 시계추처럼 정확한 시간에 집으로 돌아온다 하니 이 또한 이름값을 잘 해 내고 있는 셈이다. 나는 아이의 예쁜 이름을 자주 불러 주며 행복한 가정이 되길 빌어 주었다.
자식에게 꿈을 심어준 이름, 정을 담은 이름, 가정의 평화를 부르는 이름까지 이름에는 지어준 사람의 정성스런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런데 요즘 주변을 둘러보니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름을 바꾸어 써야 할 이유는 십인십색이겠지만 어느 이름에 의미 부여를 하며 불러주어야 할지 난감하다.
이름이 자주 바뀌면 자신의 고유한 색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름에는 사람의 정신적 활동의 근원이 되는 실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이름을 자주 불러 주는 것은 그 사람의 이름값을 높여 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뜻의 성취를 도우는 낙숫물 같은 축원이 될 것이므로.
주인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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