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매장의 꽃으로 불리는 마네킹. 늘씬한 몸매에 최고의 '신상'(신제품)으로만 쫙 빼입은 마네킹은 '지름신'의 강림을 충동질하는 최고의 '영업상무'로 손꼽힌다. 똑같은 옷과 액세서리를 한다고 해서 마네킹과 같은 자태가 나올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마네킹에 걸린 옷을 기꺼이 구매하는 것. 한 조사에 따르면 마네킹이 입은 상품은 일반상품보다 평균 20~30%가량 높은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마네킹의 몸매
마네킹의 몸매는 '신이 내린 몸매'다. 사람이 똑같은 옷을 입어도 도저히 마네킹의 분위기를 흉내 낼 수 없는 이유다. 마네킹의 키는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여성 마네킹의 경우 178~180㎝에 달한다. 한국 여성의 평균(약 160㎝)에 비해 무려 머리 하나만큼 더 큰 것이다. 게다가 상반신(75㎝)보다 하반신(105㎝)이 훨씬 긴 전형적인 서구형 체형을 자랑한다. 몸매 또한 예술이다. 가슴둘레 32인치, 허리둘레 25인치, 엉덩이둘레 36인치가 평균 사이즈. 미스코리아 본선 진출자의 평균 신장이 170.4㎝ 몸매가 '34-24-35'임을 감안할 때 한국 대표 미인들보다도 훨씬 더 늘씬하게 만들어진다.
남자 마네킹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평균 신장은 184~185㎝, 허리 둘레가 32~34인치 정도인 것. 한국 남자들의 평균 신장이 173㎝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키에서 일단 11~12㎝ 정도 차이가 나고, 긴 팔 다리에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몸매를 자랑한다.
◆여성브랜드, 도도함으로 눈길
과거에는 딱딱하게 선 자세의 마네킹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요즘은 독특한 색상이나 도발적인 포즈로 앉아있는 등 도도한 자세의 마네킹이 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여성의류 편집매장인 '올리브핫스텁'의 마네킹은 강렬한 노란빛의 튀는 색상으로 생동감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마네킹은 피부톤과 비슷한 연주황색이나 흰색이 많지만 이 매장에서는 화려한 색상으로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효과와 함께 팔을 양 옆으로 쭉 뻗은 활기있는 포즈를 통해 발랄한 느낌을 주고 있다.
최근 매장 인테리어에 검은색과 갈색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시슬리' 매장은 마네킹 역시 금빛이 감도는 갈색의 플라스틱으로 제작된데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어 특이하면서도 추상적인 느낌을 준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모스키노'는 '유머와 개성'을 브랜드 콘셉트로 하고 있는 만큼 마네킹 역시 밝게 웃는 얼굴이 과장되게 표현돼 있다. 얼굴 윤곽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최근 트렌드와는 반대다.
'에고이스트' 매장의 마네킹 역시 강한 스모키 화장과 찰랑거리는 긴 헤어스타일을 표현해 섹시함과 여성미를 강조했다. 이 매장 관계자는 "고객들이 신기한 듯 마네킹을 구경하다가 매장에 들어와 상품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타깃층 따라 마네킹도 달라
마네킹의 표정이며 생김새는 매장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영캐주얼 매장의 경우 마네킹은 다리가 길고 얼굴이 가늘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찌르거나, 다리를 쫙 벌려 앉은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40, 50대 여성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 매장에는 단조롭고 점잖은 마네킹이 다수를 차지한다.
남성복 매장에는 유독 앉아있는 마네킹을 많이 볼 수 있다.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한 브랜드들의 전략이다. 또 남성정장 매장에는 머리가 없는 마네킹이 자주 눈에 띄는 반면 남성캐주얼 매장에는 머리 부분을 갖춘 마네킹이 많다. 이는 정장의 경우 모자, 선글라스 등의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머리 부분을 없애 의상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의상의 용도에 따라 마네킹의 포즈도 달라진다. 대백프라자 '노스페이스' 매장에는 자전거를 탄 마네킹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아웃도어 매장에서는 산을 오르는 포즈나, 벤치에 앉아 쉬는 모습 등 다양한 포즈의 마네킹을 활용한다. 대백 본점 '닥스골프' 매장에서는 스윙을 하는 자세의 마네킹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이런 역동적인 모습의 마네킹이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평범한 마네킹에 비해 옷을 벗기고 입히는 데 몇 배의 수고가 들기 때문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얼마 전 매장 직원들이 티셔츠를 입히던 중 옷이 찢어지는 일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대백프라자점 여성팀 김재오 과장은 "사람들의 개성이 다양해지는 만큼 마네킹도 다양해지는 것 같다"며 "이제 마네킹은 단순히 상품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을 넘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매장에서 마네킹이 차지하는 중요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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